캐나다만큼 수익률 높이면 … 국민연금 고갈 수십년 늦춘다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3.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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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재정 위기 ◆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을 2055년에서 2060년으로 5년 더 늦출 수 있다는 추계 결과가 나왔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포인트 더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은 가입자의 집단적 저항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다면 그만큼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금개혁이 벽에 부딪힌 가운데 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서둘러 높이는 것이 국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선행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70년간 국민연금 급여지출과 적립기금 변화 추이를 산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서 기금 운용 수익률이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년간 예상되는 평균 수익률(4.5%)보다 수익률을 0.5%포인트 높이면 고갈 시점은 2057년으로 2년 늦출 수 있다고 위원회는 분석했다.

이는 1%포인트 수익률을 높이면 고갈 시점을 5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이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포인트 올리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누적 수익률 5.11%를 기록했다. 이 기간 운용 수익으로 451조원을 벌어들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기금 고갈 염려가 커지는 것과 맞물려 최근 수익률마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3년 평균 기금 운용 수익률은 3.28%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며 -8.22% 수익률을 기록해 80조원가량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기금 적립금도 지난해 말 기준 9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해 수익률은 국내 주식이 -22.8%로 가장 저조했고 해외 주식(-12.3%), 국내 채권(-5.6%), 해외 채권(-4.9%)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체투자가 유일하게 수익(8.9%)을 냈지만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도 국민연금 성적표는 부진했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최근 10년 수익률은 4.7%였는데 캐나다 연금기금 CPPI 수익률(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치우친 자산배분으로는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산 투자 비중이 52%로 절반이 넘는다. 5년간 전체 자산군 가운데 대체자산과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해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65%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국내 주식 비중은 2027년까지 14%로 낮출 예정이다.

CPPI는 일찌감치 채권 비중을 줄이고,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등 전략적 자산배분안을 실행하고 있다. CPPI는 지난해 말 기준 채권(Fixed Income) 비중은 7%에 불과한 반면, 사모펀드(PE) 비중은 32%에 이른다. 캐나다 국내 자산 투자 비중도 16%에 그친다. 나머지는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등 전 세계 대체자산에 고루 투자하고 있다.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는 "경기 사이클에 관계없이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광범위한 사모펀드 자산에 투자하면서 최고의 인재를 유치한 덕분"이라며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회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캐나다는 1997년 투자운용조직인 CPPIB를 공사로 설립해 정부에서 완전히 독립시켜 수익률 상승을 목표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PPIB는 기업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총 12명의 금융·투자 전문가 집단으로 꾸렸다. 정부 인사는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국민연금은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 민간 자산운용사에 비해 낮은 처우 등으로 핵심 인재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 등 자산 배분을 위해 전문가 30여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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