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연구 판교, 제조는 지방" 중후장대 대기업 新분업 구도
HD현대, 주총서 본사 판교로
현대제철·두산등도 최근 이전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지인 판교에 제조 대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젊은 층에서 제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자 근무 여건이 좋은 판교에 설계·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고급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부가가치 영역인 설계와 연구개발은 판교에서, 실제 제품 생산은 지방에서 하는 분업 구도가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대기업 수는 작년 말 기준 68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 3년 새 28.3%(15개) 늘어난 규모다. 이들 대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으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정보통신, 생명과학, 문화콘텐츠, 나노기술 관련 기업들과는 결이 다른 전통 제조 기업이 많다.
판교에는 안랩, 한글과컴퓨터, 아프리카TV,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NHN, 크래프톤, 차바이오텍 등 한국을 대표하는 IT·소프트웨어·게임·바이오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실제 판교에 입주한 기업 중 66.8%가 IT 기업이고, 14.4%는 생명공학기술(BT) 기업이다. 이런 판교에 조선, 철강, 원자력발전 등 중후장대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HD현대는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본사를 기존 서울 계동에서 판교 글로벌R&D센터(GRC)로 변경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등 17개 계열사가 연내에 판교 사옥으로 모두 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1월 3일 양재동 등 서울 곳곳에 분산돼 있던 사무실을 모아 그레이츠판교(옛 크래프톤타워)로 이전했다. 이번에 판교로 이동한 인력은 1100명에 이른다. 국내 철강 회사가 판교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그룹도 2020년 분당 정자동에 27층 규모 신사옥을 건설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주)두산, 두산밥캣, 두산큐벡스 등이 입주해 있다.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계열사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2019년 판교에 차세대 셀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처럼 소위 굴뚝 산업으로 불리는 중후장대 제조 업체들이 속속 판교로 몰려드는 것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판교는 경부고속도로와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 분당수서간고속화도로 등 도로망과 신분당선, 분당선 등 대중교통망을 갖춰 서울 강남권 접근이 용이하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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