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해소 … KT 이사회 새판짜기
KT 이사진 사실상 물갈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하되
거수기 사외이사 막아야"
차기CEO 외부공모 나설듯
31일 진행된 KT 주주총회의 가장 큰 특징은 지배구조 핵심인 이사회가 사실상 물갈이됐다는 점이다. 사외이사 재선임에 도전한 후보 3명이 주총 직전에 동반 사퇴해 KT 이사회 기존 멤버 중 사내·사외를 통틀어 김용헌 사외이사 단 1명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KT 차기 대표 후보 선임을 놓고 나타난 혼란의 핵심은 바로 이사회에 있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차기 KT 대표 후보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며 비판한 것은 이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폐쇄적인 이사회로 인해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그들만의 리그' 문제가 해소된 만큼 앞으로 이사회 새판 짜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소유분산기업(주인 없는 회사) 지배구조 선진화와도 연결돼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한 듯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KT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만들고 오는 6월 말 1차 임시 주총을 열어 새로운 이사회(사외이사 선임)를 꾸릴 예정이다. 아울러 8월 말에 2차 임시 주총을 열고 차기 대표를 선임할 전망이다.
향후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독립성을 강화하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합한 전문가를 차기 대표로 뽑을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 이사회의 특징을 보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데, 이들이 대부분 대표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대표를 포함한 일부 사내이사에게 힘이 집중되는 구조였다"며 "이럴 경우 소수 사내이사가 경영을 장악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KT 이사회 정원은 총 11명(사내 3명, 사외 8명)이고, 구현모 대표 체제에선 10명(사내 2명, 사외 8명)이 일을 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카페장은 "비전문가 출신 정치인이 KT 요직에 와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관을 마련해달라"며 낙하산 방지 조항을 정관에 넣을 것을 제안했다.
이사회 구성 이후 차기 대표 선임 일정과 관련해선 공개 경쟁 방식을 통해 외부인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대표 후보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4인 압축 명단'에 KT 전·현직 임원만 포함돼 '그들만의 리그' 문제가 불거졌었다. KT 이사회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매스총괄(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등을 후보 심사 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KT 지배구조와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도 이뤄졌다. 자사주에 대한 주주견제권 강화를 명시한 정관 변경안이 국내 기업 최초로 통과된 것이다.
KT는 구 대표 시절에 자사주를 발행했는데, 대부분을 상호주 지분 교환 형식(현대자동차와 7500억원 등)으로 활용해 대표 연임을 위한 우호 지분을 쌓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사전에 주주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견제 장치'가 만들어졌다.
[이재철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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