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여자가 재수없게" 지금은 "우리 조합장님"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첫 여성 대리·과장·상무·단장
서귀포수협 女기록 혼자 다 써
풍어 기원 고사 '제관' 맡았더니
"여자가 나서면 부정 탄다"
그해 갈치떼 몰려와 위판액 최고
"처음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재수 없게 여자가 지점장으로 왔다고 동네가 난리가 났어요. 그때 주민들 마음을 얻으려고 잘하지도 못하는 윷놀이를 하고,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결국 지점의 예금·대출·공제 실적이 1위를 기록하자 주민들 입에서 '여자'가 아닌 '우리 지점장'이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이분들이 조합장 선거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31일 만난 김미자 제주 서귀포수협 조합장(59·사진). 얼마 전 3선에 성공한 그는 전국 최초 3선 여성 수협 조합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최초로 조합장을 단 여성이기도 하다. 그 비결을 묻자 "닥친 역경을 정면으로 맞서 극복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김 조합장에게 첫 번째 역경은 '임신'이었다. 서귀포수협에 입사한 지 10년이 되던 1993년에 소중한 아이를 갖게 됐는데, 갑자기 한 간부가 그를 불러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한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돼 가뜩이나 서러움을 느꼈는데, 이번엔 임신했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다닌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라고 하니 화가 버럭 났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아 사표를 종용한 간부의 집에 찾아가서 '누가 더 오래 서귀포수협에 다니나 두고 보자'고 말했어요. 조합장이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습니다."
김 조합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업무에 몰두했고, 서귀포수협에서 여성 최초 대리, 과장, 상무, 유통단장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2011년 경제상무 시절이 떠올라요. 당시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등어를 잡는 부산의 대형 선단을 유치했습니다. 그런데 어판장에 쏟아진 고등어를 선별할 손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결국 조합원인 해녀는 물론이고 은행 업무를 보는 직원들까지 투입돼 밤낮없이 고등어를 선별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서귀포수협 역사상 최초로 위판액 1000억원을 달성했더라고요."
2017년 조합장에 처음 당선됐을 때도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녔다. 이때는 '하늘'도 도왔다. "서귀포수협에서는 풍어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데, '여자가 제관을 지내면 부정을 탄다'는 말이 돌았어요. 어이가 없었죠. 부득부득 제관을 맡았지만, 싸늘한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유례없는 갈치 풍어가 찾아왔고, 그해 위판액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여자가 제관을 지내면 부정을 탄다더니, 도리어 갈치는 잘 잡히고 판매도 최고 기록을 세운 거죠."
[제주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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