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로운 군인의 길"… 신임 부사관 725명 임관식 마치고 '힘찬 첫발'

김동욱 2023. 3.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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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이자 미래 육군을 이끌어 갈 신임 부사관들이 조국 수호를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육군은 31일 전북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대장) 주관으로 22-5기 부사관 725명에 대한 임관식을 거행하고 소부대 전투전문가로서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31일 전북 익산시 여산면 육군부사관학교에서 22-5기 부사관들이 임관식을 마친 뒤 정모를 하늘 높이 던지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 제공
이날 육군 하사로 임관한 신임 부사관들은 남군 452명과 여군 273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입교해 민간과정(444명)과 장기복무과정(145명)은 12주, 현역과정(136명)은 10주 동안 각각 고강도 교육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쳐 야전에서 즉각 임무 수행이 가능한 소부대 전투 전문가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이번 기수부터는 신임 부사관의 명예와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최고 성적을 거둔 부사관에게 수여하는 상장의 훈격을 국방부장관상으로 격상했다. 국방부장관상은 이경연(27) 하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육군참모총장상은 강하빈(29), 김민형(22), 한조아(26·여) 하사에게 돌아갔다. 교육사령관상은 김규진(20), 최승교(19), 하유나(18·여) 하사가 각각 수상했다.

이경연 하사는 “군인의 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명예로운 길”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올바르고 유능한 정예 부사관이 될 것”이라는 포부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 임관식에는 가족과 친지, 동문 등 3500여 명이 참석해 신임 부사관들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군 간부를 꿈꾸는 지역 고교생 200여 명이 행사에 동참하고, 익산시 특산물과 관광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등 지역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의미를 더했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 등을 위해 국방홍보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동시에 생중계했다.

임관식에는 신임 부사관들의 다양한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독립·참전유공자 후손들 줄줄이 임관

이세용(20·보병) 하사의 외고조부인 고 김병제 씨는 충남 홍성지역 독립운동가로 3·1운동에 참여했고, 조부 이명열(79)씨는 베트남 전쟁에 맹호부대 소속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다.

이 하사는 “어렸을 때부터 외고조부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군인의 삶을 동경해왔다”며 “선조의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군인이 될 것”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박민체(20·공병) 하사의 외조부인 고 이학문 씨는 6·25전쟁 당시 켈로부대 소속으로 참전해 혁혁한 전공을 세워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전쟁영웅이다.

함예진(21·정보·여) 하사의 친조부와 외조부는 모두 6·25전쟁 참전용사다. 친조부 고 함영호 씨와 외조부 전인수(89)씨는 각각 육군 중사와 상사로 전역했다.

31일 하사관으로 임관해 군인의 길로 접어든 임지훈(19·보병) 하사와 35년 간 군 생활을 마치고 이날 전역한 그의 아버지 임석윤(55) 원사가 손을 맞잡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 제공
◆아버지 이어 아들·딸이 후배 부사관으로

이날 임관식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 딸이 하사로 임관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임지훈(19·보병) 하사의 아버지 임석윤(55) 원사는 아들이 듬직한 하사로 임관한 이날 전역했다. 임 원사는 육군훈련소 주임원사 등 주요 보직에서 복무했으며 미국 동성무공훈장을 비롯한 각종 훈장을 수훈 받았다.

임 하사는 “아버지가 전역하신 날 임관함으로써 대를 이어 명예로운 군인의 길을 잇게 됐다”며 “35년 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군인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복무에 임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권하은(19·보병) 하사의 조부 고 권오진 씨는 베트남전쟁 참전 유공자이고, 그의 아버지 권혁상(51) 상사는 육군 30기갑여단에서 복무 중이다. 이날 권 하사의 임관으로 ‘부녀 부사관’이자 3대에 이은 군인 가족이 탄생하게 됐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 공윤식(19·공병) 하사와 공준식(〃) 하사가 31일 육군 하사관으로 나란히 임관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 제공
◆쌍둥이 부사관도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 수호”

공윤식(19·공병) 하사와 공준식(〃) 하사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로 이날 나란히 임관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군인의 삶을 꿈꿔온 형제는 “가족이자 전우로서 서로에 힘이 되고 거울삼아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는 군인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박대경(22·항공) 하사는 앞서 육군2항공여단에서 복무 중인 이란성 쌍둥이 동생 박대선(〃) 하사의 뒤를 잇게 됐다. 박 하사는 “전문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배양해 최고의 쌍둥이 항공부사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전북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2-5기 부사관 임관식에서 한 가족이 아들을 껴안으며 임관을 축하하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 제공
◆해외 국적 포기하고 조국 위해 숭고한 병역 이행

해외 국적을 포기하고 조국 대한민국을 선택해 군인의 길로 들어선 이들도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북한 이탈주민 자녀인 정지원(18·포병) 하사는 중국에서 출생했으나, 지난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정 하사는 “우리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준 조국에 보답하고 싶어 부사관에 지원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통일에 이바지하는 명예로운 군인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준서(18·포병) 하사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란 이중 국적자다. 하지만, 그는 일본 대신 한국에서의 삶을 선택하고 부사관에 과감히 도전해 당당히 임관하게 됐다.

이 하사는 “고교 시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며 국가 정체성을 고민한 이후 18살이 되는 해에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전북 익산시 여산면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2-5기 부사관 임관식에서 신임 하사관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 제공
◆끊임없는 도전과 자기계발, 전문성 갖춘 신임 부사관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도 많았다.

정지훈(21·정보) 하사는 주짓수 선수로 활동하며 2018년과 2019년 전국 주짓수 대회 58.5㎏급에서 연달아 1위에 올랐다. 또 2020년 도쿄 인터내셔널프로에서 같은 체급 1위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동급 체급에서 1위에 올랐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정 하사는 “이제는 운동선수가 아닌 군인으로서 전투기술을 꾸준히 연마해 최정예 전투부사관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31일 전북 익산시 여산면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2-5기 부사관 임관식에서 신임 하사관들이 정모를 하늘 높이 던지며 임관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 제공
서문정아(19·병참) 하사는 입교 전 한식조리기능사, 제과기능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며 병참병과 부사관으로서 역량을 키웠다. 그는 2020년 KOREA 월드 푸드 챔피언십 요리 부분에서 은상을, 이듬해 대한민국 국제 요리&제과 경연대회에서는 디저트 부분 금상 등을 수상하며 전문성을 입증했다.

서문 하사는 “급양관리관으로 복무하며 장병들의 식사를 세심하게 관리해 군 전투력 발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연평균 6000여 명의 신임 부사관을 배출하는 양성과정과 직책·계급에 맞는 임무 수행 능력과 역량을 제고하는 보수교육 과정, 기타 과정 등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정예 부사관을 육성하고 있다. 이날 임관한 725명의 신임 부사관은 병과별 보수교육 과정을 거친 뒤 일선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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