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 의식해 잠정 보류한 전기요금 인상, 고통 분담이 답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31일 발표하기로 했다가 잠정 보류했다. 한국전력이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 가격 불안이 여전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러나 교통비와 외식비 등 생활 물가가 많이 뛴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큰 폭으로 올리면 국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정이 전기요금 인상 폭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에 빠진 이유다. 높은 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생각하면 전기요금을 소폭 인상하거나 동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한전의 누적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국민이 그 부담을 져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전은 작년에만 3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는 천정부지로 뛰는데 전기요금은 찔끔 올린 탓이다. 올해 들어서도 한전의 역마진 구조는 그대로다. 올 1월 한전은 전력을 ㎾h당 164.2원에 구매해 147.0원에 팔아 17.2원씩 손해를 봤다. 적자를 메우고 경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회사채 발행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2026년까지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 정부는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했다. 분기별로는 역대 최고 인상 폭이다. 하지만 한전이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2분기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전기료 폭탄'은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모든 국가가 전기요금을 대폭 올렸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됐지만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 고통스럽더라도 지금은 전기를 덜 쓰는 방법밖엔 없다. 이전 정부처럼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전기요금을 묶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료비가 오른 만큼 전기요금을 인상해 에너지 절감과 효율적인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지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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