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동산 정책도 싱거운 솔루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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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집으로 돌아갈 택시를 잡는 게 남북통일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국가적 어젠다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그 문제는 매우 싱거운 솔루션으로 쉽게 해결됐는데, 바로 택시요금 인상이었다.
왜 사람들은 택시가 안 잡힐 때는 그렇게 분노하다가 택시요금을 올리는 해법은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택시 문제가 심각할 때만 해도 '택시가 안 잡히는 시간을 피해 좀 일찍 귀가하면 어떠냐'고 얘기하면 '그게 무슨 해법이냐'고 핀잔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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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심야에 집으로 돌아갈 택시를 잡는 게 남북통일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국가적 어젠다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그 문제는 매우 싱거운 솔루션으로 쉽게 해결됐는데, 바로 택시요금 인상이었다. 30% 정도 요금을 올리자 심야에 택시 잡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이렇게 쉽게 풀 문제라면 왜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을까. 왜 사람들은 택시가 안 잡힐 때는 그렇게 분노하다가 택시요금을 올리는 해법은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택시 문제가 심각할 때만 해도 '택시가 안 잡히는 시간을 피해 좀 일찍 귀가하면 어떠냐'고 얘기하면 '그게 무슨 해법이냐'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지금은 비싼 택시 요금 때문에 알아서 일찍 귀가한다. 짐작하건대 사람들은 돈이 있는데도 택시를 못 타는 상황에는 매우 분노하지만 돈이 없어 택시를 못 타는 상황은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런 반응은 주택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집단이 있다. 바로 '돈은 꽤 있는데 집은 안 사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꽤 고가의 전세나 월세에 살면서 무주택 기간을 계속 쌓아간다. 무주택 기간이 길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값싼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앉은자리에서 수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으니 그만한 돈이 모일 때까지는 저렴한 아파트나 빌라를 구입하지 않고 기다린다.
이런 사람이 다수 존재하면 집값이 오를 때 다른 나라와는 다른 여론 흐름이 생긴다. 다른 나라에서는 집을 살 만한 경제력이 있으면 대체로 집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갑자기 오른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치 택시요금이 비싸졌을 때 별 심리적 저항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집값이 오르면 그 영향으로 월세도 오르기 때문에 월세를 내야 하는 서민들을 보살피라는 여론이 불거지는 정도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대출만 조금 받으면 집을 구입할 수 있는데도 무주택 기간을 쌓으며 큰돈 벌 기회를 기다리다가 집을 살 기회를 놓친 투자자가 꽤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면 그들은 집단적으로 분노하기 시작한다. 마치 택시 탈 돈은 있는데 택시가 안 잡히는 매우 짜증스러운 상황과 유사하다.
이들은 돈도 많고 목소리도 크며 머릿수도 무시하지 못할 집단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의 정서를 달래기 위한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주택 정책은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임차료 급등을 막는 쪽에 집중된다. 대체로 주택을 더 공급하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은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고통스럽게 해 집값 급등으로 인한 허탈과 분노를 달래는 쪽에 집중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특정 계층에 공급하더라도 그 기준에서 '무주택 기간'은 삭제하는 것이다. 식구가 많거나 저소득층이거나 무주택인 분들에게 우선권을 주더라도 무주택 기간이 긴 경우는 우선권을 주지 말자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돈이 모아지면 집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얻고 싶을 땐 그 집을 팔고 잠시 무주택자가 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돈이 있으면서도 집을 안 사고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진 않을 것이다.
이것 하나만 고쳐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사람들의 불만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때마다 공급을 늘리진 못하면서 유주택자를 괴롭히는 정책을 펴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러면 부동산 정책이 제자리를 잡기 수월할 것이다. 한번 검토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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