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자기 몸을 돌보는 의무

2023. 3. 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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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생활자로 살다 보니 서서히 몸이 약해지는 걸 느낀다. 팔다리에 근육이 풀리고, 배에 지방이 들어차면서 마음도 함께 약해지는 듯하다. 밤새워 책 읽고 글 써도 끄떡없던 예전과 달리, 서너 시간만 깊게 집중하면 몸이 달려드는 피로를 이기지 못한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자기 몸을 돌보는 임무를 등한히 하여, 자신이 신체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강해지는 것을 보기도 전에 늙는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일세."

현상필의 '소크라테스 헬스클럽'(을유문화사 펴냄)에 따르면, 학습과 성찰을 통해 영혼을 단련하는 과정과 훈련과 운동을 통해 삶을 바꾸는 과정은 완전히 하나이다. 몸과 마음을 나눠 생각하는 잘못된 착각에 빠진 우리 현대인과 달리, 그리스 현자들은 육체와 영혼의 탁월성을 똑같이 함께 추구했다. 이 책은 근손실을 영혼 소실로 여기는 이들을 위한 헬스장의 인문학, 산책로의 철학을 추구한다.

소크라테스는 아침마다 체육관을 찾아 몸을 돌봤고, 플라톤은 축제 경기에서 두 차례 우승했던 레슬러였으며, 디오게네스는 한 조각 햇빛을 쫓는 게으름뱅이가 아니라 영혼의 평정을 위해 극한까지 육체를 몰아붙인 운동 중독자였다. 이들에게 체력 단련은 시민의 특권이자 의무였다. 건장한 육체는 내면의 성숙한 신성을 증명하는 눈부신 증거였다.

플라톤의 본명은 아리스토클레스였다. 그러나 운동으로 근육을 부풀린 몸이 매우 아름다워 스승이 붙여준 별명인 플라톤으로 더 많이 불렸다. 플라톤은 '떡대', 즉 넓은 어깨를 가리켰다. 독서로 마음을 돌보고 운동으로 몸을 살피는 일은 자기 현재를 확인하고, 나날이 이를 이겨나가 온전한 삶에 이르기 위한 고귀한 실천이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처럼, "체력과 정신력이 조화롭게 집중되면, 삶은 저 스스로 힘을 얻는다". 단순한 이 사실이야말로 어쩌면 우리가 알아야 할 궁극의 인생 지혜인 듯싶다.

운동은 정의롭다. 흘린 땀이 정당한 대가로 돌아오는 거의 유일한 현실 영역이다. 운동은 신체를 강하게 단련시켜 위축된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권태와 무기력을 무찔러 웅크린 삶의 지평을 넓혀준다. 반복된 집중과 인내는 우리 마음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주고, 꾸준한 도전과 성취는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이끈다. 힘찬 운동은 위축된 우리 영혼을 몰입의 황홀에 빠뜨리고, 기쁨의 바다에서 헤엄치게 한다. 저자가 말했듯, 운동은 "신선한 공기와 환한 햇빛, 힘찬 움직임을 통해 지혜에 이르는 길"이다. 따스한 봄이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야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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