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 의혹’ 에콰도르 대통령 탄핵되나···헌재, 의회 절차 진행 승인
배임과 횡령 등 부패 의혹을 받는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다.
현지 매체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헌법재판소는 29일(현지시간) 의회가 제출한 라소 대통령 탄핵 의향서를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통과시켰다. 앞서 의회는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안을 재석 125표 중 찬성 104표, 반대 18표, 기권 3표로 가결했다.
재판부는 성명을 통해 “절차를 분석한 결과 의회에서 제출된 신청서와 여기까지의 절차가 정치적 정당성과 적법절차의 원칙을 존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본 재판부는 탄핵심판 절차와 관련된 기관들이 항상 헌법과 법치주의가 보장하는 권리 내에서 행동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의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계속 진행되게 된다.
라소 대통령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에콰도르를 비롯한 다수 공기업 계약 과정에서 국가 예산에 손해를 끼칠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이나 제3자에게 유리하도록 사업 추진을 승인했다는 배임 혐의를 받는다. 또 고위 공직자들의 횡령에 가담했거나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라소 대통령은 의회의 탄핵 시도를 “의회 쿠데타”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공보실은 공식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존중한다”면서 “라소 대통령의 결백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콰도르 대통령과 정부는 계속해서 모든 에콰도르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라소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갈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라소 대통령은 횡령 의혹과 더불어 가족의 마약 밀매 가담 정황과 처남의 공공사업 계약 개입 사실까지 불거지면서 민심이 더 악화된 상황이다.
앞서 에콰도르 대학생연합(FEUE)을 비롯한 시민들 역시 지난 2월 시위를 열어 “대통령이 에콰도르를 통치할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다”고 비판하면서 의회가 나서서 대통령을 탄핵할 심판 절차에 나설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야당 의원 59명은 라소 대통령이 횡령과 뇌물 수수 등 혐의에 관여했다고 비판하며 지난 3월 중순 공식적으로 청문회를 요구했다.
대통령 탄핵안은 전체 의회 의석 137석 중 3분의 2 이상인 92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야당은 탄핵안 가결을 확신하고 있다.
다만 에콰도르 헌법상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와 의회 선거의 실시를 함께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탄핵 청문에 응하는 대신 조기 선거 실시안을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21년 출범한 보수 성향의 기예르모 라소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 행보를 강화하다가 2022년 6월 식품과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전국적 저항에 부딪혔다. 이후 지난 2월5일 헌법기관 권한 조정, 국회의원 정원 감축, 조직범죄 대응을 위한 군 활동 범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정치적 반전을 시도했지만, 국민투표안이 거부되면서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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