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강조하더니...배민, 자영업자 수수료 올려 4200억 흑자 파티

양범수 기자 2023. 3. 3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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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2조9471억원...전년 대비 46.7% 증가
우아한형제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문 수 결제액 상승”
高물가에 소비자·자영업자 부담 가중
배민, 지난해 단건배달 프로모션 종료하고 수수료 올려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4200억원대의 흑자를 낸 것을 두고 자영업자들과 소비자의 부담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배달비 지원 등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세분화해 주문 금액 대비 수익을 키우는 등의 전략으로 이뤄낸 실적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늘어난 배달 수요로 반사 이익을 본 우아한형제들이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해는 배민에 수수료를 내는 자영업자들은 정작 내방하는 손님들이 줄고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경영난을 겪었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상생’의 가치를 강조했던 우아한형제들의 그간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역 인근 배달 오토바이. /조선DB

◇3년 만의 흑자 전환...사측 “코로나19 영향”

31일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2조947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7%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421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75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3년 여 동안 지속돼 온 코로나19 팬데믹이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 입점 식당 수는 2019년 말 13만6000여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30만 여곳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입점 식당이 늘면서 배민의 주력 사업 상품인 ‘울트라콜’ 광고 수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펜데믹 상황에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그에 따른 입점 식당 수도 함께 늘면서 배민을 통한 주문 수와 결제액도 동반 상승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해 주문 수는 총 11억1100만건으로 2019년 4억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 3년간 주문과 거래액이 나란히 3배 늘었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이익잉여금은 4486억5403만원이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 이익잉여금으로의 전환은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는 작업으로, 모회사인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한 배당금 지급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은 우아DH아시아(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작회사)가 89.44%, 김봉진 의장이 8.35% 씩 보유하고 있다.

◇중개 수수료 인상에...식당들, 매장·배달 가격 달리 책정하기도

이번 흑자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부터 성장 중심에서 수익성 강화로 경영 전략을 수정한 데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출이 급증하는데도, 더 강력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배달비 지원’ 등의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줄여나갔다.

배민은 2021년 6월 출시한 이후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던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에 대한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배달비를 인상했다. 배민1은 초기 12% 중개 수수료, 배달비 6000원으로 요금을 구성했으나, 시장 확대를 위해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배민1 서비스에 적용하던 90일 단위의 할인을 7개월 만에 한 달로 단축한 데 이어, 10개월 만인 지난해 4월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이후 ‘기본형’, ‘배달비 절약형’, ‘통합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요금제 형식의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기본형의 경우 중개 수수료 6.8%, 배달비 6000원으로, 1만5000원 이상의 음식을 주문할 경우 고정적으로 1000원의 수수료를 받던 이전 방식에 비해 수수료 수익이 많아지는 형태다. 배달비 절약형과 통합형 요금제의 경우에도 중개 수수료가 각각 15%, 27%로 주문한 음식 가격에 비례해 많아지는 형태다.

음식점에서 내는 중개 수수료가 높아지다 보니, 음식점들이 이를 소비자에 전가하기 위해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를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의 1061개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20곳(58.8%)의 매장은 배달 앱 가격과 매장 가격이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 국정감사서도 “수수료 높다” 지적… 배민, ‘알뜰 배달’로 눈치 보기

이와 관련 배민이 수익성 개선에 치중하는 것과 비례해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에게 “배민의 배달수수료가 6000원(배민1)으로 다른 배달앱 회사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이에 함 부사장은 “물가가 많이 오르다 보니 사장님들이 배달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배달 형태를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배민은 지난 20일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 목록에 ‘알뜰배달’ 항목을 추가했다. 배민1과 마찬가지로 배민이 배달을 책임지면서도 동선에 따라 묶음배달을 하는 서비스로, 중개 이용료는 동일하지만 배달비로 2500~3300원만 부담하면 되는 형태다.

배민은 배달 수수료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광고 상품을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음식 카테고리 최상단에 가게를 노출해주는 오픈리스트(중개이용료 6.8%)와 음식 카테고리별로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반경 2㎞의 소비자에게 지역 상호가 노출되는 울트라콜(깃발 1개당 월 8만8000원) 등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준 실적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수수료를 올려 수익을 내는 것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엔 서비스를 세분화해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유지될 수 있었겠지만, 올해는 다르다”라며 “대내외적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수요가 계속 있어야 서비스도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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