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건축거장 안도 타다오, 푸른 사과로 청춘을 깨우다

김여진 2023. 3. 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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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 국내 첫 개인전 개막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 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에 개막과 함께 원주 뮤지엄 산 입구에 설치된 푸른 사과 오브제. 안도 타다오는 이 조형물을 ‘청춘의 사과’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원주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겼다. 청춘을 상징하는 ‘푸른 사과’다.

원주 뮤지엄산에 약 3m 높이의 푸른색 사과 조형물이 자리했다. 이 미술관을 상징하는 빨간색 조각작품 ‘아치웨이’ 뒤쪽, 미술관 입구 앞에 위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주 뮤지엄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 31일 개막한 세계적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 ‘청춘’에 맞춰 새로 선보였다. 푸른 사과는 올해 81세인 안도 타다오 안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 ‘청춘’을 상징, 이번 전시 타이틀과 직결된다.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타다오 건축강연회가 31일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열렸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안도타다오-청춘’ 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개막했다.

이와 더불어 안도 타다오의 대표작 ‘빛의 교회’의 축소버전인 파빌리온 ‘빛의 공간’이 오는 5월 뮤지엄 산 조각정원에 설치될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 개막에 맞춰 이날 원주를 찾은 안도 타다오는 기자간담회를 시작하자마자 “미술관 입구에 보면 사과가 하나 있다. 저는 청춘의 사과라고 부른다”고 소개하고, “청춘을 유지하기 위해 푸른 사과를 많이 만지고 가시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안도 타다오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0·20대 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푸른 사과 오브제는 앞서 올해 새해 선물로 안도 타다오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부부에게 보냈던 것이기도 하다. 앞서 이 일본의 미술관에도 설치했는데 이를 두고 ‘작전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지 않아서 반드시 미술관을 통과해야 하는 위치에 사과를 설치해두고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 ‘안도타다오-청춘’ 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전시 전경 일부.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 ‘안도타다오-청춘’ 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전시 전경 일부.

자신의 건축작품 중 가장 큰 특징인 노출 콘크리트 사용에 대해서는 “건축물로 들어오는 빛이 바로 희망이고, 그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이 콘크리트”라고 했다. 또 이같은 희망을 계속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푸른 사과’라고도 덧붙였다. 아이디어가 거절당해도 끊임없이 시도해서 결국 구현해 내는 동력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일수록 사람들은 거절하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어디선가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으면 언제든 실현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오래 사셔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만든 파란 사과가 있다”고 다시 한번 ‘사과’에 대한 애정을 표해 웃음을 자아냈다.

원주 뮤지엄산의 돌벽은 이 지역에서 나온 돌로 만들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도 타다오는 “초록색의 숲과 물, 여기에서 나온 돌로 나온 벽은 오로지 이곳(원주)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며 “잠깐만 시선을 돌려도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종일 문화를 즐기다 보면 자연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이곳을 지으면서 계속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연간 20만 명이 찾고 있다고 하니 결국 의욕에 달려있는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10년 전 지어졌지만 앞으로 20년 후, 30년 후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성장하고 더 좋아지는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 ‘안도타다오-청춘’ 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개막, 건축 강연회가 이날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함께 진행됐다. 연합뉴스

또 미술관에 대해 ‘호기심 덩어리’라고 표현하면서 “무엇인지 모를 것들이 잔뜩 전시돼 있어도 감동을 받고 생각할 수 있는 장소다. 아기를 낳으면 잘 길러야 하듯 미술관도 만들면 계속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일정상회담 기간 일본 도쿄현지에서 김건희 여사와 만나기도 했던 그는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다. 저는 경제도 정치도, 모르지만 문화적으로는 양국이 계속 교류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한일 문화교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원주 뮤지엄산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의뢰로 원주 뮤지엄산 설계를 맡게 됐을 당시에 대해 “14년 전 처음 이곳(원주)에 왔을 때 (서울과) 먼 곳에 만들면 사람들이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게 만들어 달라고, 꿈은 클수록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곳에만 존재하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을 만든다면 뉴욕, 파리 등 세계 각지에서 올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 ‘안도타다오-청춘’ 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31일 개막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 모습.

지금은 원주 뮤지엄산을 상징하게 된 아치조각작품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래야 의뢰받은 대로 전세계에서 유일한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인희 고문도 단번에 승낙했다. 이 고문과 제 아이디어가 잘 맞아 떨어진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누이로 2019년 별세한 이인희 고문에 대해서는 “그분이 살아계실 때 꿈을 이룬 자리에서 강연회를 하고 싶었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철학과 작업은 결국 다시 ‘청춘’이라는 주제와도 이어진다. 안도 타다오는 청춘을 느끼는 첫째 방법으로 ‘자연 속에 있는 것’을 들었다. (원주 뮤지엄산처럼) 물과 나무로 둘러싸인 푸르름, 여기에서 만날 수 있는 돌벽, 그리고 돌벽담을 건너가면 있는 미술품을 통해 기존에 몰랐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서는 한솔문화재단 주최, 뮤지엄산 주관으로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강연회가 이어져 그의 건축철학과 삶 이야기를 나눴다. 유머를 곁들여 유쾌한 분위기 속에 빛의 교회, 나오시마 프로젝트 등 자신의 주요 프로젝트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들려줬다. 이번 전시 스페셜 도슨트를 맡은 배우 정경호, 원강수 원주시장 등도 현장을 찾아 안도 타다오와 만났다. 앞서 지난 30일 열린 서울대 강연에도 100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 ‘안도타다오-청춘’ 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31일 개막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그의 강연과 기자간담회는 모두 내면의 젊음, 청춘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의 비법,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건축 철학의 구현으로 이어졌다. 암 투병을 하면서 십이지장, 췌장 등 장기 5개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모두 극복해냈다. 그리고 남은 생애도 건축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회에보 보낼 메시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연·젊은 세대·도시공간과 대화하고 싶어하는 ‘영원한 청춘’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혔다.

그는 “100살까지 살아가려면 먼저 지적이어야하고, 물론 신체적 체력도 모두 필요하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항상 찾아야하고 그것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올해 81세이지만 앞으로 사회를 위해 20년은 더 살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하루 1만보를 걷고, 식사는 30분에 걸쳐 하며 지금도 1~2시간씩 지금도 공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노력하면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다. 절망에 머물지 않고 희망을 찾아나가고자 하며, 그런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타다오의 국내 첫 개인전 ‘안도타다오-청춘’ 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개막했다. 그가 푸른 사과를 오브제 삼아 만든 작품 ‘청춘’

뮤지엄산 개관 10주년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는 안도 타다오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서 여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예술의섬 ‘나오시마’ 설치를 포함해 지난 50년간 도전적 건축세계를 보여온 안도 타다오의 대표작 250점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원본 드로잉과 스케치, 영상, 모형 등 장르도 다양하다. △1부 공간의 원형(도시게릴라 주택 등 1969년부터 1990년 중반에 이르는 작품) △2부 풍경의 창조( 나카노시마 어린이책 숲도서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등 공공건축 중심) △3부 도시에 대한 도전(그라운드 프로젝트 계획안 등 도시화와 산업화 속 공간성을 창조해온 방식) △4부 역사와의 대화(프랑스 브르스 드 코메로스 등 오랜 건축물 보수 및 재생을 주제로 한 접근법)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프로젝트 코너도 함께 마련돼 제주 본태뮤지엄, 서울 LG아트센터, 경기 여주 마음의 교회 등도 전시된다. 내부 전시장 뿐 아니라 물과 빛, 돌, 콘크리트 등이 어우러지는 미술관의 안팎 풍경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단순히 건축가 1명의 정제된 아카이브를 넘어 미술사와 미학으로 넘어오는 지점 속 건축의 역할, 한 사람의 50년 예술세계 속 철학을 살필 수 있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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