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 이끌 쌍두마차"
뉴욕 MoMA 출신 첫 한국인 큐레이터
아트바젤 전야제 2천명 초청 개관파티
"상상이상의 미술관, 세계인 사로잡을것"
홍콩 서주룽문화지구의 현대미술관 M+미술관은 홍콩의 새로운 '얼굴'이다. 스위스 건축 거장 자크 헤르초크와 피에르 드뫼롱이 설계한 랜드마크로 홍콩섬의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을 자랑한다. 3월 '아트 위크' 기간 동안 밤에는 피필로티 리스트의 영상 작업을 110m 높이 미디어 파사드에서 상영해 어둠을 밝혔다.
지난달 20일 개관 이후 최대 규모 파티가 열렸다. 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아트바젤 홍콩'을 찾은 전 세계 미술계 큰손과 명사 2000여 명을 초대하는 전야제. 이서현 리움 운영위원장, 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 미술관장, 아트 딜러 제프리 다이치, 울리 지그 등 미술계 명사가 모였다. 2021년 11월 개관했지만, 엄격한 방역 조치로 해외 관객의 방문을 기대할 수 없었다. 지난 1월 말 방역 해제 후 1년 이상 연기된 '집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M+미술관 정도련 부관장(50)을 지난달 22일 만났다. 정 부관장은 "개관 이후 홍콩 시민을 위한 미술관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세계를 위한 미술관으로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이번 홍콩 아트 위크인 것 같다. 굉장히 감동적인 며칠이었다"고 말했다.
정 부관장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최초 한국인 큐레이터 출신으로, 2013년 홍콩으로 건너와 개관까지 꼬박 10년을 매달린 미술관의 문을 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았다. 홍콩 정부는 홍콩을 문화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48만㎡를 매립하고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해 지구를 조성했다. 작품 구입비만 약 2800억원을 투입했고, 지그의 소장품 1463점도 기증받았다. 현재 소장품은 8000점을 넘어섰다. 그는 "10년간 일하면서 홍콩 시민들이 이곳을 문화 불모지라고 말하는 걸 들었지만 그런 말이 몇 년 전부터 사라졌다. 아트바젤 홍콩과 M+미술관 덕분이다. 그가 지향하는 M+미술관은 단지 아시아 최고 미술관이 아니라 '20·21세기 시각 문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미술관'이다. 그는 "M+라는 명칭도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을 지향하며 지었다. 건축디자인·영상·시각미술이 각각 전시의 세 기둥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작년 11월 개막한 구사마 야요이 회고전에는 구름 관중이 몰리고 있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올해 내내 이어진다. 최소 3년 이상 준비한다는 전시들은 모두 아시아를 중심 주제로 다룬다. 올해는 중국 패션계의 대모인 마당 송의 회고전, 작고한 루브르박물관 피라미드의 건축가 I M 페이 회고전도 열린다.
홍콩의 정치적 탄압으로 문화와 자본의 유출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그는 "중국 정부는 홍콩을 이제 금융 중심지가 아닌 문화 중심지로 발전시켜 대륙과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 되도록 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며 "그 성공 여부가 M+미술관에 달려 있다"고 자신했다. 라이벌 서울의 등장도 환영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프리즈가 똑똑하게 서울에 진출했다. 그만큼 한국의 문화예술적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홍콩이 아니면 서울은 당연한 결정이다. 아시아는 워낙 크고 방대해 허브가 다양화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홍콩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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