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섹스는 건강과 자손을 위해서만 사용하라"
벤저민 프랭클린 (1706~1790)
미국 사람들이 조지 워싱턴이나 링컨보다도 더 존경한다는 벤저민 프랭클린.
알려진 대로 그는 미국 독립의 주역으로 헌법 기초를 마련한 인물이다. 동시에 그는 미국식 민주주의 초석을 다진 정치가이자 뛰어난 문학작품을 남긴 작가였고, 피뢰침과 가로등을 발명한 과학자였으며, 미국 최초의 공식적인 외교관이었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애쓴 사회운동가였으며 교육자이자 언론인, 체육인이기도 했다. 그는 독립선언서, 프랑스와의 동맹조약, 영국과의 평화협정서, 헌법 초안 등 미국을 탄생시킨 4개 문서에 모두 서명을 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위대한 프랭클린의 묘비명에는 뭐라고 쓰여 있을까? 뜻밖에도 그의 묘비에는 '인쇄업자 프랭클린(B. Franklin, Printer)'이라고만 쓰여 있다. 그가 그렇게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프랭클린을 마음 깊이 존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늘 겸손했고, 평생 검박의 미덕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는 귀족도, 엘리트도 아니었다. 보스턴에서 태어난 프랭클린은 아버지의 양초공장에서 일하다 17세에 고향을 떠나 필라델피아로 건너가 자수성가한다.
그는 보통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증명한 사람이다.
18세기 귀족 엘리트들이 고리타분한 영국이나 프랑스식 생활에 젖어 있을 때 프랭클린은 공장에서 땀을 흘렸고, 수레에 물건을 싣고 거리를 누볐다.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도 그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부의 축적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이었다. 그는 사업가로 성공했을 무렵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는다.
"저는 부자로 살다가 죽었다는 말보다 유익한 삶을 살다 갔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프랭클린은 새로운 국가는 '일하는 중간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훗날 미국 실용주의의 기초가 됐다. 프랭클린이라는 존재 자체가 중간 계급의 미덕과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 국가 정체성의 '롤모델'이었다.
프랭클린은 스스로 성공의 공식이 됐고, 그 성공이 가져다준 권력과 부를 뛰어넘은 위대한 현자였다. 그가 스스로 정한 삶의 원칙 몇 가지는 지금도 미국인들 책상머리에 붙어 있다. 이런 것들이다.
△몸이 무겁고 나른할 때까지 먹지 말고,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 △ 남과 나에게 이롭지 않은 말은 하지 않는다. △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이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 해로운 책략은 꾸미지 않고, 결백하고 공평한 사고방식을 갖는다. △극단적인 행위는 피한다. 상대가 부당하다고 해서 그만큼 해를 입히지 않는다. △우연히 벌어진 일이나 불가피한 일에 화를 내지 않는다. △성(性)은 건강과 자손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물건은 제자리에 놓고, 일은 알맞은 순서에 따라 한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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