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 물리학으로 분석해봤더니
평등하고 대등한 두 변수를 바꿔도 같은 값을 도출할 수 있다는 물리학의 대칭성 원리를 사회 속 남녀평등 논의에 대입해보면 어떻게 될까. x와 y가 바뀌어도 같은 값이 나와야 이치에 맞는다는 얘기지만 사회에서는 조금 다르다. 똑같은 상황인데 남자와 여자가 바뀌었을 때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이 바뀌는 경우가 아직도 흔하다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자 '물리 읽어드립니다'라는 유튜브 강의로 대중의 관심을 얻은 이 책의 저자 정창욱은 과학의 관점으로 좁은 실험실을 넘어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사고가 나면 보행자뿐 아니라 운전자도 다치게 되는 오토바이를 탈 때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도록 설계하는 피드백 제어 기술을 떠올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모습이 변해버리는 용수철 원리에서 무한 경쟁 사회의 단면을 찾는 식이다. 물리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괴로운 수업 시간을 떠올리는 이가 많지만 과학적 시각을 가지면 이미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던 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저자는 과학 법칙이나 이론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어떤 현상을 보고 '왜 그럴까, 이유가 뭘까' 하고 묻는 것만으로도 이미 물리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과학 도슨트를 자처하듯 해설을 듣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과학계의 유재석'이라고까지 불리는 저자의 상상력이 즐거운 독서를 돕는다. 예컨대 불을 끄고 글씨를 쓰는 한석봉과 떡을 써는 어머니의 이야기마저 물리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독자를 웃음 짓게 만든다. 상상하지도 못한 순간까지 과학이 스며들고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과학은 삶을 위해 존재할 때 가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주장하는 1부부터 일상의 숨은 과학적 원리를 풀이하고(2부) 우주 시대, 지구인이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물리 지식(3부)까지 소개하는 줄거리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인상이다. 관심이 가는 목차부터 훑어봐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물리 지식을 배우고 익히려 하지 말고, 세상의 여러 곳에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과학은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태도' 그 자체이면서 물리학은 결국 지식이 아닌 '지혜를 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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