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 핵심원칙 발표, “고품질 탄소크레디트 판별”
중개인 수수료, 사용료 목적지는 여전히 불투명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을 판별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위한 무결성 위원회(ICVCM)에서 30일(현지시간) 핵심탄소원칙(CCP) 10가지가 발표됐다. CCP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무결성 탄소배출권에 대한 글로벌 벤치마크다. 탄소 상쇄를 둘러싼 그린워싱에 대한 국제적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단호함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낳았다.
이번에 발표된 10가지 원칙은 ▲효과적인 지배구조 ▲추가성 ▲완화 활동에 대한 효과적이고 투명한 정보 제공 ▲온실가스 감축 또는 제거 영구성 ▲이중계산 방지 ▲강력하고 독립적인 제3자 검증 등으로 구성됐다. 탄소배출권을 누가 발행했고 최종 구매했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제3자 검증을 통해 인증받은 배출권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제도나 경제적 이유 없이 온실가스 감축 및 제거가 이루어지는 ‘추가성’, 하나의 배출 상쇄 활동에는 하나의 크레디트만 발급되어야 한다는 이중계산 방지에 대한 조항도 강조됐다.
ICVCM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시장 수요 증가에 따른 탄소 배출권 발행 규칙 및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이 출범시킨 독립기구다. ICVCM은 지난해 자발적 탄소시장에 적용될 핵심탄소원칙인 CCP의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ICVCM 측은 “탄소배출권 프로그램과 범주가 모두 무결성 위원회에서 명시한 높은 무결성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CCP 라벨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권 프로그램의 초기 평가는 올해 중순 시작될 예정이며 연말이면 CCP의 배출권 첫 승인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ICVCM의 의장인 아네트 나사렛(Annette Nazareth)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가 기후 위기를 해결할 만큼 충분히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는 살기 좋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속도로 갈 수 있는 모든 툴이 필요하며 자발적 탄소 시장이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일된 방법론이나 감독 규정, 기관이 없어 탄소 감축에 대한 기여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그린워싱’에 대한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탄소배출권 인증 및 발행기구인 베라(Verra)의 탄소배출권까지 최근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이며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신뢰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라는 실제 탄소 흡수량보다 많은 배출권을 발행하거나 감축량이 과장된 케이스가 적발되고 있어 관련 법규나 규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비영리 기구 카본 마켓 워치(Carbon Market Watch)의 글로벌 시장 전문가 질 뒤프라센Gilles Dufrasne)은 “CCP는 탄소 배출권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여전히 자발적 탄소시장의 모든 허점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탄소 상쇄 자체가 탄소시장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탈탄소의 본래 목표인 탄소의 실질적 감축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탄소배출권의 중개자가 가져가는 수수료에 대한 불투명성이다. 카본 마켓 워치의 지난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 크레디트를 거래하는 중개자의 90%가 수수료나 수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탄소 크레디트를 구매한 금액이 기후 행동에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지도 미지수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현재 ICVCM에 가입해 있는 기업이나 국내 정부 부처가 없다.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도 아직 시장이라고 부를만큼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상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다만 글로벌 동향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ICVCM을 비롯한 국제 이니셔티브에 가입은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만 베라와 같은 인증기관들은 이 이니셔티브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베라의 인증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산림청의 산림탄소 상쇄제도의 경우 감축 예상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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