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리뷰 1]도자기와 반도체

김영준 2023. 3. 3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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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오래 전부터 주발, 술잔, 접시, 연적, 화병, 베개 등 실생활에서 다양한 곳에서 애용됐다. 현대에도 생활 쓰임새 외에 산업 및 연구현장에서 내화학성, 절연성, 강한 경도 등 물성으로 각종 실험기구, 절연체 등 다양한 목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런 도자기는 '산업의 쌀'로 여겨지는 반도체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주성분이 실리콘(Si)인 점도 그렇다. 도자기 제작 과정에 필요한 고온과 물은 반도체 공정에서 박막 증착과 세정 공정에, 고려청자의 예술적인 가치중 하나인 상감기법은 반도체 내 금속 배선에 주로 활용되는 상감공정(Damascene Process)에 대응된다.

또 청화백자의 청색에 코발트를 사용한 것과 금속 배선 소재 중 하나로 코발트가 활용되는 점, 도자기 표면 유약 기능이 반도체 패키징에 적용되는 점, 고려 및 조선시대 당시 첨단산업이 도자기인 점을 고려해보면 도자기와 반도체가 서로 평행하게 비견될 수 있는 점은 흥미롭다.

과거 도자기 주요 생산국이 한국, 일본, 중국인 점과 오늘날 반도체 관련 주요 제조국이 한국, 일본, 중화권임을 보면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 위상을 자리하게 된 것은 숙명일 수 있겠다.

고려 상감청자 제작 과정(왼쪽)과 반도체 상감공정. 출처=우리역사넷/SK하이닉스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도자기는 손쉽게 활용이 가능하지만 반도체의 활용을 위해서는 칩 내부의 안정적인 전원공급과 안정적인 데이터 신호 흐름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원(PI:Power Integrity) 및 신호 무결성(SI:Signal Integrity)이 중요하고, 반도체 칩 내부 배선 구조와 칩 활용을 위한 패키징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 도자기 가마 수율이 중요하듯 반도체에서도 칩 수율 향상을 위해 '칩렛(Chiplet) 구조'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칩렛은 고성능 다기능을 단일 칩 내에서 구현하지 않는다. 기능별로 분리한 '단 기능, 다중 다이(Die)'로 분리 패키징 제작하는 방식을 이용해, 반도체 팹 비용과 수율을 개선할 수 있는 가성비 구조다.

최근 칩렛 구조 내 인터커넥션 표준을 위해 AMD, 인텔, 삼성, TSMC,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을 중심으로 'UCIe 표준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대표적인 칩렛 구조 사례는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집적한 엔비디아(NVIDIA)의 GPU 'H100', AMD의 'MI300' 등이 있다.

◇국가 경쟁력 근간은 반도체

산업 고도화에 따른 스마트 제조, 스마트팜, 스마트 물류 등 산업 전반 스마트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연산이 있다. 현대 AI 기술 발전에는 연산 요구량에 부응하는 하드웨어(HW) 발전이 있었고, 그 배경에는 AI 연산을 처리하는 지능형 반도체가 있다.

챗GPT 돌풍에서 보듯이 미래 실생활에서 AI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발표된 자연어처리 AI 알고리즘 'GPT4' 처리변수는 100조급으로 증가했고, 이는 지능형 반도체 수요를 더욱 촉발하게 만들 것이다. 이와 맞물려 메모리, 스토리지 등 관련 반도체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 인력 양성 외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

서구에서는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Ceramic War)'으로 부르고 있다. 일본 도자기 산업 발전 토대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 의해 강제 유입된 조선 도공을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며, 이로 인해 당시 조선 도자기 산업은 피해를 입었다. 이후 조선과 일본 도자기 산업은 역전됐다.

최근 중국 등 해외 반도체 관련 기업에서 국내 반도체 고급 인력과 산업 정보를 탈취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의 경우, 중국에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태다.

국내 대기업은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 시니어 트랙, 마스터 직책 등으로 정년연장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인재 유출 방지 효과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 국부 원천은 인력에 있기 때문이다.

글:권요안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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