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옷 벗어 5·18 묘비 닦았다…무릎 꿇고 “사죄”

김용희 2023. 3. 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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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죄인인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은 고 전두환씨 손자 우원(27)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 앞에서 무릎 꿇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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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일가 5·18민주묘지 방문은 처음
“민주주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 묻혀계신 분들”
유족, 전씨 안으며 “진실 밝히고 화해의 길 가자”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 1묘역 고 김경철 열사 묘역을 참배하면서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묘비를 닦고 있다. 2023.3.31 광주/공동취재사진

“죄송합니다. 죄인인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은 고 전두환씨 손자 우원(27)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 앞에서 무릎 꿇고 흐느꼈다.

이날 유족, 피해자 대표로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사망 당시 16살)군의 어머니 김길자(84)씨와 총격 부상자 김태수씨, 폭행 피해자 김관씨가 나왔다. 문군은 1980년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 총탄에 희생된 소년 시민군이다. 김길자씨는 우원씨를 끌어안으며 전날 밤 쓴 편지글 읽었다.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유가족에게 큰절을 하며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고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씨가 5·18희생자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의 손을 잡으며 사죄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그동안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부터 차분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 진실을 밝히고 화해의 길로 나아갑시다.”

우원씨는 “저같이 추악한 죄인에게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저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서 살아왔다.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오늘 만나지 못한 피해자와 유가족이 많다. 오늘 제가 여기 있음으로써 그분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착잡하다. 그만큼 더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씨 생전에 5·18에 대해 들었냐는 언론의 질문에 “가족들에게 수차례 물어봤지만 대답을 피하거나 마치 본인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우원씨는 임근단(93)씨 등 5·18 당시 자녀를 잃은 유족에게 엎드려 사죄하기도 했다.

31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씨가 헌화 뒤 묵념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고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씨가 31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행방불명자 묘역 안내석을 입고 있던 검정색 외투를 벗어 닦으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5·18기념센터에서 사죄 회견을 마친 우원씨는 센터와 인접한 5·18기념공원 내 추모승화공간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5·18유공자 4천여명이 명단이 벽에 새겨져 있다. 우원씨는 이후 5·18재단이 마련한 차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했다.

전씨 일가의 5·18묘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원씨는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이십니다”라고 적었다.

참배단에 헌화한 우원씨는 희생자들이 묻힌 묘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 참배는 임근단씨의 아들 김경철(묘역번호 1-01)씨 묘역이었다. 28살 농아장애인이었던 김씨는 1980년 5월18일 계엄군의 구타에 몸짓으로 ‘시위대가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이튿날 새벽 국군통합병원에서 숨졌다.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유가족에게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2023.3.31 광주/연합뉴스

이어 전재수(당시 11살, 2-22)군 묘역을 찾았다. 전군은 1980년 5월24일 집 앞 야산에서 놀다가 11공수여단이 쏜 총탄에 숨졌다. 마지막 참배 장소는 행방불명자묘역(10묘역)이었다. 이곳에는 전체 실종자 78명 중 69명의 가묘가 있다.

김범태 묘지관리소장의 설명을 들은 우원씨는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고 있던 검은 외투를 벗어 들고 묘비를 닦은 뒤 묵념했다.

참배를 마친 우원씨는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가족의) 용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 사죄드리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원씨는 1일까지 광주에 머물며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계엄군의 헬기사격 총탄 흔적이 있는 전일빌딩245 등을 방문한 뒤 공식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씨가 31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방명록에 남긴 글.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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