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 "영화로 돈 벌고 싶지 않다던 투자자 말 '몰카인가?' 의심해" [인터뷰M]
영화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장항준 감독을 만났다.
농구를 사랑하는 열정과 패기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청춘의 성장 담을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그리며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그는 "시사 이후 반응이 너무 좋더라. 윤종신이 '이게 뭔 일이냐?'라며 전화가 왔다. '소가 뒷걸음치다 잡았다며?' 하길래 '앞으로 뒤로만 걸으려고'라고 했다. 이렇게 격렬한 반응이 올지 몰랐는데 일반 시사하는 동안 계속 웃음소리가 나오고 슛이 들어가면 환호가, 안 들어가면 낙담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굉장히 신났다. 영화를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라며 시사회 이후 긍정적인 반응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의 시작은 무려 11년 전부터라고 한다. 제작자인 장원석 대표가 2012년 당시 부산 중앙고등학교의 경기에 관한 뉴스를 TV에서 보고 바로 강 양현 코치와 부산 중앙고등학교에게 연락을 했다고.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그때 강 코치 본인과 학교의 허락을 받고, 이후 권성휘 작가와 만나 시나리오를 몇 고에 걸쳐 썼다. 5년 전에 제가 시나리오를 받고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연출을 하겠다고 했었다. 그랬더니 김은희 작가도 시나리오를 한번 보여달라더니 꼭 연출하라고 추천하면서 본인이 고쳐보고 싶다고 해서 '웬 떡인가'하고 맡겼었다. 김은희 작가와 다시 당시를 취재하고 양 코치도 만나며 자료조사를 하며 시나리오를 다시 짰다. 김은희 작가가 고친 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가 최종 각색을 하고 연출을 하게 된 것"이라며 장원석 대표부터 권성휘 작가, 김은희 작가까지 합류하여 이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장항준 감독은 "제가 연출한다고 결정되면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며 스태프를 꾸리게 되었다. 당시에 농구 협회의 도움을 받아 500여 명의 배우들과 농구 오디션도 진행했었다. 그런데 투자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속된 말로 한번 엎어졌다. 그렇게 스태프를 해산시키며 다른 작품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재작년에 투자가 되었다면서 다시 제작하자고 하더라. 넥슨에서 시나리오를 좋게 봐서 전액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넥슨 대표가 미팅 자리에서 시나리오가 너무 좋고 감동적이라고 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고 영화로 돈 벌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뭐든지 지원할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더라. 이런 투자자는 처음이었다. '몰래카메라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다시 영화를 만들게 된 사연을 밝혔다.
고맙게도 영화 '리바운드'의 제작을 기다려준 스태프들이 다시 모이고, 안될 거라 생각했던 영화를 다시 제작하게 된 장항준 감독은 "픽션을 최대한 지양하고 실제와 가깝게, 더 드라마틱 하게보다는 가장 실제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만들자는 연출의 목표를 세웠다. 신파조가 되는 걸 피하려 했고 시나리오를 수정할 때마다 했던 작업은 감정적인 걸 빼는 것이었다. 촬영할 때도 배우들에게 울면 안 된다고 강조했었다. 힘들었던 거지 슬픈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실제 선수들은 울지 않았었다."라며 리얼리티를 추구하며 '리바운드'를 연출했음을 이야기했다.
'실제처럼'이 너무 중요했다는 장항준 감독은 "실제 부산 중앙고등학교에서 촬영을 했고, 학교 운동장 바닥이 우레탄으로 바뀌어서 CG로 지우고, 체육관의 문도 새 새시여서 한 면의 문짝을 다 떼어내고 옛날 섀시로 교체해서 촬영했다. 길거리농구 장면도 뒤 배경에 센텀시티가 보이는데 엄청 고민을 해서 촬영한 장면이다. 당시의 부산 풍경 사진을 보면 센텀시티가 완공이 된 상태더라. 그래서 지우지 않고 넣었다. 경기장에 붙어있던 당시의 광고판, 당시에 쓰던 공, 신발, 당시에 했던 착장들을 구현하는 데 신경을 썼다."라며 영화 속 모든 장면마다 2012년도의 풍경을 꼼꼼하게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왜 이렇게까지 리얼리티를 추구하려 했던 걸까? 장항준 감독은 "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외국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인물을 검색해 보면 영화 속에 등장한 배우의 모습과 실제 인물의 모습이 똑같아서 놀랬었다. 그게 바로 실제와 영화가 똑같아야 하는 이유였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감독이라도 자기 작품에 아쉬운 건 있을 것. 관중은 CG로 입히지 않고 실제로 부르고 싶었는데 하루에 200명만 관중을 채워도 제작비가 1~2억이 들더라. 한 달 내내 경기 장면 촬영 때마다 부르게 되면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들어가게 된다. 다양한 관중의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에서 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10억에 찍을 수 있는 영화를 70억에 찍었다는 것에 뿌듯하다. 초집약으로 아끼고 절약하고 모든 걸 바쳐 찍은 영화다."라는 답을 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아내인 김은희 작가의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장항준 감독은 "음악도 효과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편집본만 보고도 '이건 오빠의 대표작이 될 거야'라고 이야기해 줬다."라고 답했다.
김은희 작가도 인정한 장항준 감독의 대표작 '리바운드'가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을 받게 될까? 2012년 전국 고교농구 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 '리바운드'는 4월 5일 개봉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미디어랩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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