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절멸 위기 소아흉부외과

권도경 기자 2023. 3. 3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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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생후 5개월부터 자그마한 몸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심장병 어린이를 수술하는 소아흉부외과는 절멸 위기다.

아이 한 명을 수술하려면 소아과, 성인흉부외과, 심장내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과도 협진해야 한다.

소아흉부외과는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서도 소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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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사회부 차장

아이는 생후 5개월부터 자그마한 몸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피를 폐로 보내는 폐동맥은 막혀 있고,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중간벽에는 구멍이 난 ‘복잡심장기형’이었다. 자라는 동안 가슴을 여는 큰 심장수술만 6번 받았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여덟 살 때에는 수술 후 심장이 회복되지 않아 ‘좌심실보조장치’를 넣은 후 스텐트 시술을 받고 살아났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아이는 지난해 명문대에 입학했다. 취미는 배구다. 아이와 집도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만들어 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25년간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약 3500건 집도한 의사에게도 보람이 컸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아이들이 수술을 받고 살아나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 의료 현장 얘기를 꺼내자 이내 그늘이 졌다.

심장병 어린이를 수술하는 소아흉부외과는 절멸 위기다. 저출산이어도 매년 선천성 심장병 환아는 2000명 정도 나온다. 수술이 가능한 의사와 병원은 손에 꼽힌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소아심장수술 전문의는 23명이다. 수술 경험이 많은 숙련의는 10명 남짓이다. 이들 중 절반은 5년 내 은퇴한다. 그나마 전체 의사 중 78%는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방에 사는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수도권으로 올라와 병원 근처에서 ‘달방살이’를 한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소아심장수술은 외과계에서 최고 난도로 유명하다. 전문의 취득 후에도 최소 5∼10년 숙련돼야 한다. 소아 심장은 대개 성인 심장의 15분의 1 크기다. 아기 혈관 굵기는 ㎜ 단위여서 주사 놓기도 쉽지 않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아이들 심장 조직은 쉽게 상할 수 있어 의사들이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수술한다고 할 정도다. 수술팀 꾸리기도 힘들어졌다. 아이 한 명을 수술하려면 소아과, 성인흉부외과, 심장내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과도 협진해야 한다. 수술장에 들어오는 의료진만 9∼10명이다. 구조적인 저수가 문제는 현실을 다 담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심장기형수술은 수가코드조차 없다. 10시간 넘게 수술해 아이를 살려도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심장이 멈춘 사이 인공심폐기를 돌리는 체외순환사에 대한 수가는 산정되지 않고 있다. 협진해야 할 소아과 전문의는 줄어들고 있다. 어렵게 자리 잡은 의사들마저 요양병원이나 다른 과로 떠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 닥칠 인력난이다. 지원하는 젊은 의사도 드물다. 소아심장수술 전문의들은 “어렵게 배운 술기(術技)를 물려줄 후배를 기르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한다. 국내에서 선천성 심장병 수술은 1989년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수술받은 환아들은 이제 30대다. 이들의 심장 구조와 모양은 일반 성인과 다르다. 성인흉부외과에서는 치료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환자들을 돌보려면 지금 의료 인력으론 힘들다.

소아흉부외과는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서도 소외됐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도 소아 중증의료 붕괴는 내버려둔 것이다. 아이들을 지킬 수 있도록 수술장에서 소명을 다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의사들의 호소에 정부가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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