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인권 조사·기록, 법무부 이관이 옳다

2023. 3. 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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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라 설립돼 그동안 8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쓴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첫 '북한인권보고서'를 30일 공개했다.

그런데 통일부와 법무부 등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통일부의 북한인권기록센터에 하나원 탈북민 면담 조사라는 1차 역할, 법무부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면담 조사 자료를 이관받아 관리하는 2차 역할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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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라 설립돼 그동안 8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쓴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첫 ‘북한인권보고서’를 30일 공개했다. 그러나 탈북민 508명의 진술을 중심으로 작성했다는 보고서는 여러 면에서 실망스럽다. 북한인권법 취지에 맞는 인권침해 기록과 책임 규명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의 △자유권 △사회권 △취약계층 △특별사안(정치범수용소 및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목차 구성은 1996년부터 매년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해 온 ‘북한인권백서’의 목차에서 주요사안(특별사안) 중 해외 탈북자와 해외 노동자 및 재해재난이 빠진 것 외에는 판박이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북한인권백서와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인권침해 사례마다 그 근거가 된 탈북민 진술을 비실명화해서 각주로 표기해 공신력을 확보한 반면, 북한인권보고서는 동성애와 성매매를 이유로 한 처형, 중국에서 강제송환된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기 살해(57∼58쪽) 등 온갖 끔찍한 인권침해를 언급하면서도 근거 제시가 없다. 게다가 사례를 단순 나열하는 식이라 그 배경이나 원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도 부족하다. 이런 부실 보고서는 예고된 일이었다. 2016년 3월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두 골자는 정부의 북한 인권 조사 기록과 시민단체 지원이다. 그런데 후자가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출범 방해로 표류 중이라면, 전자는 구조적인 문제다.

북한 인권 조사 기록은 옛 서독의 주 검찰들이 동독의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을 위해 만든 주 사법 당국 중앙기록보존소(잘츠기터 기록보존소)가 모델이다. 그런데 통일부와 법무부 등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통일부의 북한인권기록센터에 하나원 탈북민 면담 조사라는 1차 역할, 법무부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면담 조사 자료를 이관받아 관리하는 2차 역할이 돌아갔다.

그러나 잘츠기터 기록보존소에 비춰봐도 범죄 수사·기소를 해 본 법조인이 없고, 남북 교류를 주 업무로 하는 통일부가 북한 반인도범죄를 조사하는 건 모순이었다. 그래도 개소 초기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조사 결과 온라인 공개와 연례 보고서 발간, 범죄 기소를 위한 가해자 기록의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 이관을 약속했으나, 문재인 정부 5년간은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없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통일부는 북한 인권 증진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 엇박자를 내왔다. 통일부는 북한인권기록센터 보고서 공개 요구를 ‘개인 신상 노출’이라며 거부하다가 이제서야 보고서를 냈다. 대북전단금지법도 예규로 만들어진 ‘해석지침’ 개정 요구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내년 총선 후 국회 입법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다음 주 채택될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의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전달할 자유 추가”와도 거리가 멀다.

통일부가 북한인권법에 따른 조사기록 업무를 할 의지가 없다면 법무부에 이관하는 게 옳다. 물론,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문정부 때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으로 밀려나고 파견 검사 4명이 빠진 상태지만 그동안 이관받은 자료로 인명 카드 3768건(가해자 1732, 피해자 749, 참고인 1287)을 생산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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