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한동훈과 투키디데스

2023. 3. 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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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황금기를 맞은 아테네와 이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가 벌인 전쟁의 기록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그리스의 문명과 흐름을 바꾸었다면 이 책은 역사 서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던 강대국이 약화하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의 패권 교체는 전쟁을 포함한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졌다.

미·중 패권 경쟁을 다룬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에서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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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황금기를 맞은 아테네와 이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가 벌인 전쟁의 기록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그리스의 문명과 흐름을 바꾸었다면 이 책은 역사 서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투키디데스는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이든 남에게 들은 것이든 최대한 엄밀히 검토한 다음 기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실증주의 역사학의 대가 L 랑케는 그를 과학적·객관적 역사가의 이상형으로 추앙했다.

이 책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시초로도 불린다. “인간의 본성에 따라 언젠가는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미래사에 관해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내 역사 기술을 유용하게 여길 것이다”고 밝혔는데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던 강대국이 약화하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의 패권 교체는 전쟁을 포함한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졌다. 제1·2차 세계대전, 미소 냉전 체제 등이 대표적 예다. 미·중 패권 경쟁을 다룬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에서 이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 명명했다.

영웅들의 연설을 백미로 꼽는 경우도 있다. 페리클레스의 추모사는 아테네 찬양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남을 모방하기보다 본보기가 되고 있다.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해 나라가 통치되기에 우리 정체를 민주정치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나라를 지키는 일이 숭고한 사명임을 역설한다. “여러분은 이분들(전사자)을 본받아, 행복은 자유에 있고 자유는 용기에 있음을 명심하고, 전쟁의 위험 앞에 망설이지 말라…자긍심을 가진 사람들은 용감하게 싸우다 죽는 것보다 비겁함으로 인해 굴욕을 당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이 추모사의 내용과 구조, 수사와 어휘는 유명한 명연설의 모태가 됐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이 추모사를 압축한 것이라고 한다. “가난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구절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사의 “두려움 그 자체가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치권 차출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유럽 출장 때 이 책을 갖고 갔다. 정치인의 명연설과 국제정세를 보는 지혜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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