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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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사리'에게 '곱빼기'는 원수와 같은 존재이다.
떡볶이나 부대찌개에 넣어 먹는 사리와 중국집의 곱빼기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어 의아하겠지만 단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다.
'사리다'란 동사의 본래 뜻을 생각해 보면 긴 끈이나 기다란 몸뚱이의 뱀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이런 연원을 생각해 보면 '사리'와 '사리다'는 '신'과 '신다' 또는 '띠'와 '띠다'처럼 본래 기원이 같은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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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사리’에게 ‘곱빼기’는 원수와 같은 존재이다. 떡볶이나 부대찌개에 넣어 먹는 사리와 중국집의 곱빼기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어 의아하겠지만 단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다. 오래전 농촌에서 살아본 이들에게 ‘사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짚으로 꼰 새끼다. 사리는 본래 가늘고 긴 것을 둥글게 포개어 감아 놓은 것을 가리키니 새끼나 실이 먼저 떠오른다.
볏짚을 고르게 잘 추린 뒤 손으로 비벼 꼬면 새끼가 되고 긴 새끼를 정해진 길이만큼 둥그렇게 포개어 사리면 비로소 새끼 한 사리가 만들어진다. ‘사리다’란 동사의 본래 뜻을 생각해 보면 긴 끈이나 기다란 몸뚱이의 뱀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여기에 뜻이 점점 넓혀져 사람이 몸을 조심하는 것에까지 몸을 사린다고 쓰게 된 것이다. 이런 연원을 생각해 보면 ‘사리’와 ‘사리다’는 ‘신’과 ‘신다’ 또는 ‘띠’와 ‘띠다’처럼 본래 기원이 같은 단어이다.
음식 중 가늘고 긴 것은 역시 국수이니 적당량의 국수를 사려놓은 것도 곧 사리였다. 국수와 국물을 함께 끓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손님을 치러야 하는 잔칫집에서는 이렇게 국수를 사려놓았다가 손님이 오면 국물에 말아서 내곤 했다. 많은 양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한 사리를 더 넣으면 되는데 아예 두 사리를 한 그릇에 담은 곱빼기가 나오다 보니 사리의 본래 뜻을 아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게 된 것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사리는 다른 음식에 넣어 먹는 라면이나 쫄면, 나아가 면발이 아닌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게 다 ‘사리다’란 동사가 너무 몸을 사린 까닭이다. 아니, 새끼를 꼬아서 사릴 일이 없으니, 국수를 삶아서 사릴 일이 없으니 이리되었다는 것이 맞겠다. 그래도 몸을 사려야 할 상황은 점점 더 많아지니 앞으로 ‘사리다’란 동사의 목적어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새끼가 아닌 몸일 것이다. 몸을 사려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그래도 좋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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