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당국만 믿었는데” 온투업계, 기관투자 활성화 연기에 ‘발만 동동’

이정수 기자 2023. 3. 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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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투업 기관투자 활성화, 또 한 차례 밀려
저축은행 등과 협업 준비 중이나 제동 걸려
기약 없는 당국에 온투업권 ‘노심초사’
일러스트=손민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온투업체·옛 P2P금융업) 기관연계 투자 허용이 올해 1분기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또다시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온투업권은 그동안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몇 저축은행, 카드사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금융 당국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허탈한 분위기다. 온투업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과 투자자를 플랫폼을 통해 연계해주는 금융 서비스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온투업 기관투자 활성화 방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금융 당국은 지난해 12월, 올해 1분기 안으로 국내 기관투자 방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기약이 없어졌다.

피플펀드, 8퍼센트, 어니스트펀드 등 주요 온투업체는 저축은행, 보험사 등 여러 제2금융 기관과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 왔다. 어니스트펀드의 경우, 전날 BNK저축은행과 연계투자 서비스 및 신용평가 기술 고도화에 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연계투자 서비스와 기술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다른 온투업체들은 당국의 기관투자 활성화 방안 발표가 늦춰지자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등 군침만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온투업계 1위 피플펀드 역시 지방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 등과 함께 협업 방안을 논의해 오고 있다. 지난 16일 피플펀드는 전북은행과 함께 자동수금(CMS)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피플펀드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투자를 받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만남을 가져오며 기관투자 활성화 대비에 나서고 있다. 다른 온투업체인 8퍼센트는 올해 기관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해 40명 정도의 관련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피플펀드는 올해 여러 저축은행과 만남을 가져오며 기관투자 대비에 나서고 있다”며 “다른 온투업체 상황 역시 묶여 있는 기관투자가 풀리기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조선DB

사실 과거부터 온투업계는 기관투자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내왔다. 사실 기관투자는 온투금융법 35조 1항을 통해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등 각 업권별 법이 달라 실제 이행되기엔 무리가 있다. 기관들이 온투업체에 투자하기 위해선 차입자의 실명 정보가 필요하지만, 온투법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차입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업권 법 간의 차이로 기관투자는 법으로 허용하곤 있으나 실제로 이뤄지기엔 어려운 것이다.

저축은행업계도 온투업과의 협업을 나쁘지만은 않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조달 비용 등이 늘자 대출 원가를 줄일 방법이 필요한데, 그 대안이 온투업체가 될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 업권은 대개 예금으로 받은 금액을 대출해 주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대출 금리는 묶여 있고, 예금 금리는 올라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상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는 오르고 대출 금리는 20%로 한정돼 있어 저축은행으로서는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라며 “온투업체와 협업을 하게 되면 온투업체가 고객 모집부터, 심사까지 대신해주니 이러한 부분에서 원가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저축은행이 온투업체와 만나며 투자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사실이나 금융 당국 눈치로 인해 이를 속 시원히 말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기관투자 활성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투업권 활성화뿐만 아니라 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기관투자가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플랫폼을 통한 투자자 모집, 자동 분산 투자들이 중단되면서 온투업자들은 안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며 “고사 직전의 온투업권이 다시 중금리 대출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 기관투자를 신속히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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