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동맹 외교와 외교관의 자질

2023. 3. 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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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외교 수준은 국가의 수준이자 국운을 좌우할 수 있다.

그의 지적은 외교관이 지녀야 할 핵심 자질을 알 수 있게 한다.

나폴레옹 정부에 대한 프로이센의 균형 내지 중립외교와 그 실패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훔볼트가 200여년 전 대(對)나폴레옹 해방전쟁과 빈에서 경험했던 국제외교의 현실과 그것을 간파하는 외교관의 능력은 지금도 그리고 우리 외교에 여전히 유효한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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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외교 수준은 국가의 수준이자 국운을 좌우할 수 있다. 1814년에서 1815년에 이르기까지 개최된 빈 회의를 그 예로 볼 수 있다. 빈 회의는 대(對)나폴레옹 전쟁의 승전국 동맹인 오스트리아, 영국, 러시아, 프로이센 등이 주축이 돼 약 200명에 달하는 유럽 국가와 지역의 대표자들이 전후 유럽 질서의 재편을 논의한 국제회의라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가 주도했다지만 프랑스의 탈레랑을 포함한 각국의 전권대사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 외교 전장(戰場)이었다.

프로이센 재상 하르덴베르크는 흔히 빈 회의에서 프로이센의 영토확장과 국익을 이룬 정치인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것은 그의 조력자이자 전권대사의 역할을 한 빌헬름 폰 훔볼트의 외교 역량에 힘입은 바 컸다. 사실상 훔볼트가 외교 현장에서 경험한 하르덴베르크는 ‘나쁘거나 의미 없는 인사들’에 둘러싸인 무능하고 부패한 인물로 지적된다. 그의 지적은 외교관이 지녀야 할 핵심 자질을 알 수 있게 한다. 즉, 외교관은 정치적 탐욕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무능해서도 안 된다. 사명감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명감은 훔볼트의 예에서 보듯이 단순한 애국심이 아니라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철저한 인식에서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와 인간에 대해 넓고 깊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전문성도 요구된다. 외교적 전문성이란, 심층적이고 다면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것을 공감시키는 역량을 말한다.

훔볼트가 느낀 사명감은 자유주의적 헌법을 갖춘 연방 체제의 독일과 인권과 학문·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는 유럽이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외교적 전문성도 필요했다. 그가 반(反)프랑스 동맹의 결성에 공헌할 수 있었던 것에 그의 전문성이 빛났다. 유럽의 미래에 대한 깊은 식견을 주변국에 공감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빈 회의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유럽이 재편되기를 노력했다. 동맹국의 균열과 민족주의자들의 반대로 그런 노력은 실패했지만 그의 사명은 현대 독일과 유럽의 모습에서 실현되고 있다.

사명감, 전문성과 더불어 외교관이 습득해야 할 필수 능력은 외교 현장을 역동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이다. 외교 현장은 박물관의 조각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유기체다. 외교관은 그것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때 정부가 강조했고 아직도 외교 연구에서 일부 관심을 두는, 이른바 균형외교의 의미가 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외교의 역사에서 균형외교가 존재했던 적이 있던가? 만약 존재했다면 그건 한갓 선언이거나 스스로 만든 허상일 뿐 적어도 성공한 적은 드물었다. 나폴레옹 정부에 대한 프로이센의 균형 내지 중립외교와 그 실패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동맹외교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맹관계를 넓히고 심화하는 동시에 동맹관계 내부의 균열과 역학 변화도 간파해야 한다. 사소한 균열도 국가 간 역학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훔볼트가 200여년 전 대(對)나폴레옹 해방전쟁과 빈에서 경험했던 국제외교의 현실과 그것을 간파하는 외교관의 능력은 지금도 그리고 우리 외교에 여전히 유효한 공식이다.

조우호 덕성여대 교수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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