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에도 대선 출마엔 문제 없어…정치적 득실은?

김예슬 기자 2023. 3. 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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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타격 아냐…지지층 강화할수도"
트럼프 "마녀사냥·정치적 박해 중단하라"
반(反)트럼프 시위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행 의혹을 수사 중인 맨해튼 지방검사 앨빈 브래그 사무실 밖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3.03.2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테플론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일컫는 별명 중 하나다. 음식이 눌어붙지 않는 테플론(Teflon) 프라이팬처럼 각종 비하 발언과 사법 리스크에도 건재하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 중 사상 최초의 기소를 앞두고도 프라이팬은 멀쩡할 수 있을까.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뉴욕대배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로 의결했으며, 맨해튼 지방검사실도 수일 내로 기소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대배심의 의견을 받아들여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경우,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현직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전 대통령이 후임 정부에 의해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 CNN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 될 것이며,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역사적 전통을 방해하고, 트럼프에게 또 하나의 미심쩍은 특징을 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행은 미국 헌법상 초유의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이번에도 '이름값'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각종 추문을 피해 왔듯 또다시 이를 피해가는 것은 물론, 오히려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역사 교수이자 CNN 정치 분석가인 줄리안 즐라이저는 CNN 사설을 통해 "전직 대통령(트럼프)이 이미 두 번의 탄핵, 수많은 조사와 논란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 캐릭터를 확립했는지를 고려할 때 기소는 그에게 불가피한 타격이 아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관계자를 포함한 많은 논평자는 뉴욕 사건(대니얼스 사건)의 기소가 2024년까지 트럼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며 "트럼프는 지난 몇 달 동안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그가 잠재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 무리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퀴니피악 대학교가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7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로 그의 출마 자격이 박탈돼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또 공화당 지지자의 93%는 이번 대니얼스 사건에 대한 수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고 봤다.

즐라이저는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으로 보고, 그 역시 이러한 인식에 걸맞게 자신을 포장해왔기 때문에 법적 리스크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 리얼리티 TV 스타, 부동산 거물로서 트럼프는 자신을 잡으려고 나선 개인과 기관을 물리치는 투사로 자신을 내세웠다"며 "그는 주변 세계와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는 불만을 품은 공인"이라고 적었다.

이번 기소에 '민주당의 정치 수사'라는 프레임을 씌워 '마녀사냥에서 살아남은 나'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배심의 기소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성명을 내고 "나는 이 마녀사냥이 조 바이든에게 엄청난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미국인들은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지자들에게 모금 메일을 보내 "끝나지 않는 마녀사냥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2024년에 백악관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든지 기여해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이러한 움직임은 제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체포될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한 지난 18일 이후 약 200만 달러(약 26억원)가 모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대배심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의결한 30일(현지시간) 맨해튼 법원 밖에 기자들이 모여 있다. 23.03.3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다만 이번 기소로 인해 조지아주(州)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1·6 국회의사당 폭동 관련 수사, 기밀문서 유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부동층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있다.

연방 검사 출신의 레나토 마리오티 변호사는 폴리티코에 "오늘의 발표는 트럼프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며 "그가 뉴욕에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형사 사건에서 자신을 변호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트럼프가 증인석에서 했던 발언, 뉴욕 검사들이 조사했던 내용 등을 다른 관할권 검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변호사들도 그가 혐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정 밖에서의 이러한 공개적인 진술은 그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니얼스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일어났던 사건이지만, 선거 개입 의혹을 비롯한 나머지 사건들은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일어났다. 이 때문에 대니얼스 사건보다 나머지 사건에 대한 수사의 정치적 여파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기소는 그가 2024년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을 낮게 만들고, 공화당 예비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퇴임한 이후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에 등을 돌린 스윙보터(부동층)를 더욱 소외시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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