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배당 절차 손질했지만 배당 확대는 미지수

허지윤 기자 2023. 3. 3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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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주총회서 ‘정관 변경’ 통과 잇달아
“규제·금융시장 불안 등 배당 확대 이행 불확실”
(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각 사 제공

주요 보험사들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 관련 정관을 손질하고 있다. 정관은 기업 조직과 활동을 정한 근본 규칙인데, 회사가 거둔 이윤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누는 배당 절차 개선에 나선 것이다. 다만, 새 제도 도입과 금융시장의 불안, 규제 장치 등으로 인해 주주 환원 정책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보험사들의 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이어졌다. 이날 롯데손해보험이 주총을 열었다. 앞서 DB손해보험, 흥국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KDB생명이 주총을 통해 상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한화손해보험,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도 주총을 열었다.

주요 보험사의 이번 정기 주총 주요 안건 중 하나가 ‘배당 관련 정관 변경’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배당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을 이번 정기 주총에 올려 의결했다.

정관 변경의 핵심은 ‘매 결산기말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 또는 질권자에게 배당을 지급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기존 내용을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은 2주 전 공고해야 한다’고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배당 절차는 연말을 기점으로 권리 주주를 확정하고 이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배당금을 확정하는 식이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확정된 배당금 등에 대한 정보도 모르는 채 연말 배당받을 주주가 정해지다 보니 이른바 ‘깜깜이 배당’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정관을 통해 배당 절차를 변경함에 따라 앞으로는 기업들이 3월 말 개최하는 주총에서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익월(4월 초)을 배당기준일로 삼게 된다. 주주 입장에선 기업의 배당에 대해 예측한 다음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런 보험사들의 배당 정관 손질 행렬에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기업들의 배당 절차 관행을 바꿔 배당 투자, 장기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고, 배당액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원회의 기대다. 다만, 보험사들이 배당 관련 정관 개선에 이어 실제 주주 대상 배당 정책을 강화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전년보다 약 7.9% 늘어난 1조724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결산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보통주 1주당 3000원으로 동결했다.

한화생명은 2021년 3월 이후 현재까지 ‘무배당’이다. 이 회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작년 결산에 대한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 측은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 감소와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강화 정책 등의 한계로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올해 이후부터 배당 성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채를 원가로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新) 지급여력제도 킥스(K-ICS)와 새 회계기준 IFRS17 도입, 금융 시장의 불안 등으로 자본 확충과 건전성 강화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라 배당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게 보험사들의 얘기다.

새 제도 도입 전 보험사들은 가입자에게 추후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 즉 보험부채를 가입 시점 기준으로 원가 계산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원가가 아니 시가로 매긴다. 금리와 시세 변동 등에 따라 부채 금액이 달라져 자본변동성이 커지는 부담이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본 비율 변동성이 높아 이에 따른 보험사의 배당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은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 고정된 금액이 아닌 시세 변동에 따라 부채가 달라지는 만큼, 자본변동성 또한 커지는 것이다. /그래픽=조선비즈

상법 등에서 금지하는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 상계 규제도 보험사들의 배당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행 상법상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같은 미실현이익은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차감해야 한다.

조영현 보혐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체제에서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회사의 순자산 감소에 비해 과도하게 배당가능이익이 낮아져 배당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상승 시 순자산이 증가함에도 시가로 평가된 보험 부채가 원가 이하로 줄어들 경우 회사가 적립한 해약환급금준비금만큼 배당가능이익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생명의 경우에도 법정준비금 1조원이 환입되고, 이익잉여금 2조원 이상 증가하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를 감안했을 때 미실현손익 상계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관리 강화 요구도 보험사들의 배당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도입된 킥스와 IFRS17에 따른 보험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과조치를 도입하는 한편, 재무건전성이 미흡한 보험사에 대해 배당성향을 제한하는 규제안을 신설했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에 대해 제재를 유예해주는 대신 5년 평균 배당 성향의 절반까지만 배당이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가 19곳에 이른다. 교보생명·농협생명·흥국생명·DB생명·KDB생명·IBK연금·DGB생명·하나생명 등이다.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본비용 절감과 금융환경 변화 대응 등 전략적 목적으로 경과 조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보험사에 비해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진 손해보험사의 배당 확대 폭도 더 큰 편이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은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삼성화재의 2022년 결산배당금은 전년보다 1800원 늘린 1만3800원, 현대해상은 전년보다 485원 늘어난 1965원이다. KB손해보험은 전년에 결산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2022년 결산 1주당 배당금을 5263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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