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기자 체포' 푸틴, 서방과 결별 속도 가속화…"오히려 좋아"

정윤미 기자 2023. 3. 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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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러 입장서 갈등 커질수록 좋다…국제적 분노 알면서도 강행"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미국인 에반 게르시코비치(31)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특파원. 2023.3.30 (미 월스트리트 제공)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냉전 이래 처음으로 미국인 기자를 체포하면서 서방과 결별 속도를 가속하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에반 게르시코비치(31)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특파원이 러시아 당국에 체포되면서 푸틴은 전 세계를 향해, 그가 전시 러시아의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자국 내 외신 기자들을 국외 추방한 바 있지만 미국인 기자를 '간첩 혐의'로 체포하고 공식 비난한 것은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최초다. 1986년 니콜라스 다닐로프 미국뉴스&월드리포트 기자를 동일 혐의로 구속기소 한 지 37년 만이다. 디날로프는 양국 정부 간 치열한 협상 끝에 15일 만에 풀려났다.

이번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 체포 건에 대해 NYT는 "놀랍도록 도발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러시아 내 가장 잘 알려진 서방 언론인 중 한 명과 미국 뉴스 미디어의 기둥인 그의 고용주(WSJ)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줄곧 서방 청중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통해 각국 정부와 갈등 속에서도 (일반 청중들로부터는) 어느 정도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에서다.

그리하여 러시아 검찰이 지난해 3월 제정된 엄격한 전시검열법을 토대로 자국 언론인들을 무더기 기소할 때도 서방 언론인들은 무사했다. 정부는 이들이 자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공식 인가와 비자를 발급해줬다. 이번에 체포된 게르시코비치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NYT는 "서방과 개방된 소통망을 유지하고자 했던 푸틴의 오랜 생각은 이제 완전히 쓸모가 없어졌다"며 "대신 그는 냉전 종식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극단적으로 서구와 정치·경제·문화적 거리두기 상태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요컨대 러시아 정부는 언론 매체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서방에 친러주의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왔으나 이번 미국인 기자 체포를 계기로 이 같은 노력을 포기했다는 진단이다.

드미트리 A. 무라토프 러시아 신문 노바야가제타 편집장은 "크렘린궁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서방과) 갈등이 커질수록 좋다"며 크렘린궁은 이번 체포 건이 전 세계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임을 알면서도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가 그들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을거라는 걸 안다며 따라서 "이는 러시아 정부가 보내는 신호"라고 말했다. 노바야가제타는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러시아 정부에 의해 폐간됐다.

또 이번 체포 건은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국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 러·미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탈퇴 선언에 이은 푸틴 대통령의 대서방 압박 카드로도 풀이된다.

NYT는 "핵 위협 외에 서방에 맞서는 방법에 대해 러시아의 선택지는 점점 더 제한됐다"며 "러시아 주재 서방 언론인들의 취약성을 가중하는 것은 크렘린궁이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잠재적 압박 포인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규탄이 확산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체포 건 관련해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서방과 긴장을 고조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점점 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콘스탄틴 렘추코프 친정부 성향의 모스크바신문 편집장은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푸틴은 이제 서방과 단절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만 해도 준비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전쟁 국면에서 새로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서방과의 마지막 단절, 즉 타협하지 않겠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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