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넷플릭스가 책 위협? … 책보다 나은 것은 창조된 적 없다[북리뷰]

박세희 기자 2023. 3. 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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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다리우스에게 승리한 뒤 다리우스의 소장품 중 가장 값비싸고 독특한 보물 상자를 마주하게 됐다.

그리스를 통합하고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북서부까지 정복해 '정복왕'이라 불린 알렉산드로스의 또 하나 일생의 화두는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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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 속의 영원
이레네 바예호 지음│이경민 옮김│반비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다리우스에게 승리한 뒤 다리우스의 소장품 중 가장 값비싸고 독특한 보물 상자를 마주하게 됐다. “여기에는 얼마나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을 보관해야 할까?” 그가 물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보석, 향수, 향신료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저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을 상자에 보관하라고 명했다. 바로 ‘일리아스’였다.

그리스를 통합하고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북서부까지 정복해 ‘정복왕’이라 불린 알렉산드로스의 또 하나 일생의 화두는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이었다. “지구는 나의 것이다”라는 포부 하에. 그에게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은 세상을 소유하는 또 다른 상징적, 정신적, 평화적 형식이었다.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문헌학자이자 작가인 이레네 바예호가 쓴 ‘갈대 속의 영원’은 책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많다. 하지만 ‘갈대 속의 영원’은 책의 역사를 단순히 나열하지도, 책의 중요성만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세계화를 꿈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비전부터 온 세상의 책을 찾아 말을 타고 이곳저곳을 누빈 책 사냥꾼들의 이야기, 말과 글의 싸움, 번역의 탄생, 복제와 상업화를 통한 책의 전파까지 무수한 에피소드를 펼쳐내며 인류에 있어 책의 의미를 되짚는다.

책의 역사는 망각에 맞선 저항의 기록. 뒤통수에 문신을 새겨 말 그대로 피부에 쓰인 비밀 문서를 운반한 고대의 전령부터 작가에게 생길지 모르는 불행에 대비해 작가가 쓰고 있던 레퀴엠을 모두 암기해둔 러시아의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열한 명의 친구들 등. 고대부터 현재까지 책을 고안하고 지켜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시키며 독자의 공감을 산다. 서슬 퍼런 프랑코 정권 하에서 ‘돈키호테’ 표지 속 숨겨진 ‘자본론’을 발견한 이야기,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트릴세’로 사랑을 고백한 아버지의 이야기 등.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시대, 책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위협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이같이 단언한다.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 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고. 560쪽, 2만6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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