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아직 아득한… 백 살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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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백을 '온'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생명이 백 살까지 살았다고 하면 어떤 분기점에 다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이에게 '백 살'이란 나이는 가늠하기에 너무 아득하지만 대단하고 충분해 보이는, 만족한 미래다.
황인찬의 시 '백 살이 되면'은 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한 편이다.
시의 화자는 몇 살인지 알 수 없으나 첫 행은 '백 살이 되면 좋겠다'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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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글│서수연 그림│사계절
우리말로 백을 ‘온’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생명이 백 살까지 살았다고 하면 어떤 분기점에 다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이에게 ‘백 살’이란 나이는 가늠하기에 너무 아득하지만 대단하고 충분해 보이는, 만족한 미래다.
황인찬의 시 ‘백 살이 되면’은 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한 편이다. 시의 화자는 몇 살인지 알 수 없으나 첫 행은 ‘백 살이 되면 좋겠다’로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좋겠다’로 이어지는 2연에서 독자는 화자가 어린이일 수도 어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늦잠 자고 싶은 어린이도 생을 정리해가는 어른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앞에서 같은 마음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서수연 작가의 그림을 만나 그림책이 됐다. 주인공은 주홍빛 머리카락의 소년이다. 무성한 잎사귀, 풀잎을 구르는 형광 오렌지빛 물방울, 대담한 기지개에서 풋풋함이 펄럭인다. 그러나 평화로운 잠을 기원하는 대목에서는 백 살에 가까워지는 어른의 담담함이 배어 나온다.
오리 배를 꽉 끌어안고 평온한 꿈을 꾸는 부분과 숲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장면은 책에서 가장 화사한 부분이다. 백 살 인생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 같다. 잘 쉬었냐는 질문을 다람쥐에게 건네준 것은 멋진 결정이다. 다람쥐가 긴장의 줄을 붙잡고 있어 준 덕분에 어린이도 이 이야기를 경쾌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100세와 가까운 나이의 독자들에게 더 어울린다고 본다. 책표지를 가로지르며 날갯짓하는 새들이 인상적이다. 푸르고 싱그러운 더스트 재킷을 벗겨낸 뒤 그 안에 숨겨진 새들의 춤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40쪽, 1만7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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