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과 그의 손자가 가는 길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입력 2023. 3. 31. 08:15 수정 2023. 3. 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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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숙여 인사하는 전두환 손자 [사진 = 연합뉴스]
이달 중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동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20대 청년 전우원은 곧바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전 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재용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지칭하고, 할머니가 사는 연희동 자택에는 엄청난 비자금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 씨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검은돈으로 잘살고 있는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정황도 제시했다.

미국에 머물며 폭로를 이어가던 그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귀국했다. 입국 직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던 전 씨는 혐의를 인정하고 자진 입국한 점이 고려돼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됐고, 풀려나자마자 광주로 향했다. 전 씨는 31일 5·18 기념재단 측 관계자와 유족들을 만나고, 5.18 민주묘지도 참배할 예정이다.

전 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전 씨의 전방위적 폭로와 마약 투약 중계 등을 이유로 폭로의 신빙성과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유튜브 방송에서 마약 추정 물질을 복용하고 난동을 부리는가 하며, 방송 직후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등의 행태로 비추어 그는 단순한 마약범죄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외모를 품평하고 친어머니와 새어머니 등 가족사와 뒷얘기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전 씨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높다.

손자인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나선 그의 행동을 돌발행동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5·18 관련단체들과 광주 시민들이 그를 따뜻하게 맞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전두환 일가 구성원이 5·18 묘역을 참배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씨의 비자금 폭로를 계기로 환수하지 못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을 다시 환수하기 위한 법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진정한 용서를 위해서는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21년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이제야 그의 손자가 광주를 찾았다.

사과의 진정성 여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그가 걷는 길의 끝에서 용서와 화해를 만나려면 남은 가족들의 진정한 사과와 검은돈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 뒤 따라야 할 것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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