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명대 초저출생’ 계속되면 2055년 국민연금 207조 적자

천호성 2023. 3. 3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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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년엔 보험료율 42%
국민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 연합뉴스

합계출산율 ‘1명 이하’의 초저출생 추세가 계속되면 오는 2055년 국민연금 기금 잔고가 마이너스 207조원이 된다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2070년부터는 만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18∼64살보다 1.3배 많아져, 국민연금 수급자의 급여를 감당하기 위해 가입자 월 소득의 42%를 보험료로 걷어야 한다. 출생율 제고와 함께 공적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정부가 5년마다 전문가로 구성된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70년 동안의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추계하게끔 한다. 현행 보험료율(월 소득의 9%)과 급여의 소득대체율(2028년까지 40%로 하향)이 유지된다는 전제로, 출산율·경제성장률·기금투자 수익률 전망치 등의 변수를 반영한다. 출산율과 경제성장률이 높을 수록 보험료 등 기금 수입이 늘고 재정이 탄탄해진다.

재정추계위는 우선 2023∼2093년 사이 70년 동안의 전년 대비 연 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을 0.7%(KDI 전망치), 연 평균 기금투자 수익률을 4.5%로 가정해 합계출산율 시나리오별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0.7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올해 0.62명, 2030년 0.64명, 2050∼2093년 평균 0.98명 등 ‘0명대’에 머물 경우, 2055년엔 기금이 완전히 바닥나 207조원 적자로 돌아선다.

이때부터는 해마다 연금 수급자에게 줄 돈을 가입자 보험료로 충당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은 △2060년 34.3% △2070년 42.0% △2093년 42.1% 등 매년 뛴다. 65살 이상 인구가 경제활동이 활발한 만 18∼64살보다 2060년 8.5%, 2070년 29.1% 규모로 많아지는 데 따른 결과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30일 언론브리핑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떨어진 출산율이 계속 낮게 머무르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이번 추계에서 가장 부정적인 전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합계출산율이 오르면 기금 소진 시점이 늦춰지거나 기금 소진 이후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2021년 통계청이 낸 ‘장래인구추계’를 적용해 향후 합계출산율을 올해 0.73명, 2030년 0.96명, 2050∼2093년 1.21명으로 가정하면, 기금이 소진되는 2055년의 적자폭은 47조원으로 줄어든다. 부과방식비용률 역시 △2060년 29.8% △2070년 33.4% △2093년 29.7%로 초저출생을 가정했을 때보다 낮다. 합계출산율이 올해 0.88명, 2030년 1.16명, 2050∼2093년 1.40명 등으로 크게 반등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56년으로 1년 늦춰진다. 부과방식비용률 역시 2060년 27.3%·2070년 29.5%로, 초저출생에 견줘 7.0%포인트·12.6%포인트 씩 내려간다.

경기와 기금투자수익률이 개선돼도 기금 소진이 미뤄진다. 실질경제성장률이 2023∼2093년 평균 1.1%로 케이디아이 전망치보다 높아질 경우, 합계출산율이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수준에 머무르더라도 기금 소진 시점은 2056년으로 늦춰진다. 경제성장률과 합계출산율이 각각 케이디아이·통계청 전망치대로 움직이고 기금투자수익률이 4.5%에서 5.0%로 0.5%포인트 오르면, 이번 추계 시나리오 중 가장 늦은 2057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기금이 바닥난다고 해서 국민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3조의2 등은 국가가 연금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금 소진 시 재정 투입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의 연금 개혁이 필수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날 재정추계결과 설명자료에서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출산율 제고 등의 인구정책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번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까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포함한 종합운영방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와 별도로 이르면 다음달에는 기금투자수익률 제고방안을 낼 계획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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