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워커’와 ‘G랄드 워커’사이…, 외인 1번의 명암

김종수 2023. 3.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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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외국인선수 열전① 제럴드 워커/아도니스 조던

 

안양 KGC 인삼공사는 원년 SBS시절부터 KBL무대서 경쟁해온 정통의 명가다. 그런만큼 많은 스타들이 오가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1번 포지션을 살펴보면 팀의 역사가 보인다는 말이 있을만큼 다양한 색깔의 포인트가드가 활약했다.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운동신경을 앞세워 덩크슛을 펑펑 찍어대는 등 화려한 개인기를 뽐냈던 외국인 가드부터 속공 농구의 지휘자, 수비와 리딩으로 팀에 끈끈함을 더한 살림꾼, 용맹한 돌격대장에 이르기까지…, 안양 팬이라면 설명을 듣는 것 만으로도 바로 이름이 떠오르는 선수가 있을 듯 싶다.


원년부터 KGC는 선봉에서 경기를 풀어나갈 포인트가드 포지션에 많은 신경을 썼다.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진행됐던 초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당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SBS는 포인트가드 제럴드 워커(49‧184cm)를 지명한다. 장단신으로 구분되어 치러진 당시 제도에서 기아는 언더사이즈 빅맨 나래는 득점기계 스타일의 선수를 뽑았지만 SBS의 선택은 선봉에서 팀을 이끌어나갈 야전사령관이었다.


오성식이라는 검증된 국가대표 1번을 보유하고 있었던지라 어찌보면 가장 외국인선수가 덜 필요한 포지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김동광 감독은 엄청난 탄력을 활용해 빅맨들 머리 위로 덩크슛을 펑펑 찍어대고 화려한 드리블로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워커의 개인기에 매료됐다.


단순히 개인 기량만 빼어난 것이 아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노룩패스, 빨랫줄같은 속공패스 등 다양한 패싱 플레이에 더해 빠른 손에서 나오는 스틸도 위력적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화려함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중 단연 으뜸이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워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탁월한 신체능력과 다양한 테크닉을 앞세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던지라 ‘에어 워커’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지만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던 부분, 선공격 마인드 등 엇박자도 적지 않았던지라 ‘G랄드 워커’로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적지않았다. 개인 역량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나 동료들간 호흡 등에서 아쉬움이 많아 활용도가 어려웠다고 보는게 맞다.


호불호를 떠나 성적은 좋았다. 첫선을 보인 원년 시즌 21경기에서 평균 26.6득점, 7리바운드, 7.1어시스트, 3.4스틸을 기록했으며 이후 1998~99시즌 돌아와 45경기에서 평균 22.2득점, 6.4리바운드, 5.3어시스트, 3스틸로 전천후 1번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1999년 2월 4일 부산 기아전에서는 필드골 17개(성공률 73.9%)를 성공시키는 등 무려 48득점을 쏟아붓는 화력쇼를 보여줬다.


1998년 11월 29일 인천 대우와의 경기에서는 1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공중전의 달인임을 입증했다. 어디 그뿐인가. 1997년 2월 19일 대전 현대 전에서 어시스트 13개, 1997년 3월 7일 인천 대우 전에서 스틸 14개를 기록하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남겼다. 프로 초창기 멤버인데다 국내 리그에서 단 두시즌 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다.


현역 시절 워커와 함께 뛰었던 표필상(55‧200cm‧표필상 농구클럽) 코치는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개인기도 탁월하고 경기를 읽는 눈이 대단한 선수인데 팀에서 잘 이용을 못했던 것 같다. 어디서 패스가 날아올지 몰라서 국내 선수들이 잘 받아주지 못한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워커도 신바람이 나지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그런 패스를 이전까지 어떻게 받아봤겠는가. 막 예측 못한 패스가 들어오니까 당황하게 되고 그랬다. 그 신장에 덩크슛을 자유롭게 찍어대던 것을 비롯 개인기, 운동능력 다 되던 특급 외인이었다"는 말로 워커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프로 초창기를 호령했던 단신 외국인선수 1번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한명 더 있다. 광주 나산 시절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겼던 아도니스 조던(49‧177.8c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던은 단신 중에서도 단신이었으나 탁월한 테크닉과 완급조절을 바탕으로 주포와 리딩가드 역할을 모두 해줬다.


때문에 당시 나산(현 KT)은 약체 전력에도 불구하고 복병으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7~98시즌 아도니스 조던, 김상식, 김현국, 이민형, 브라이언 브루소 등으로 이뤄졌던 '헝그리 베스트5'는 상위권팀들도 두려워할만큼 만만치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재다능한 테크니션 조던과 리그 최고 슈터중 한명이었던 ‘이동미사일’ 김상식이 이끄는 앞선 화력은 리그 정상급이었다.


김현국은 궂은 일에 특화된 전문 수비수였으며 크지 않은 신장(190cm)에도 불구하고 팀 사정상 주로 4번에서 뛰었던 이민형은 빼어난 슈팅력을 갖춘 스트레치 빅맨이었다. 브루소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두자릿수 득점과 리바운드를 해줄 수 있는 건실한 센터였다. 이들 다섯명이 제대로 호흡을 맞추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며 갈수록 위력이 더해갔으나 아쉽게도 조던의 부상으로 인해 끝까지 가지못한 채 난파되고 만다.


그만큼 당시 나산 팀내에서 조던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신장은 작았지만 해외 무대에서도 공인된 기술자였다. 때문에 트라이아웃 당시 자신이 2라운드에서 뽑히자 낙담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즈의 한계로 인해 롱런하지는 못했지만 199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2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지명된 것을 비롯 덴버 너게츠, 밀워키 벅스 등에서 활동한바 있다. 그외 세계 각국의 유명 농구팀에서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날렸다.


나산 시절 조던과 함께 백코트 콤비를 이뤘던 김상식(55‧182cm) 현 안양 KGC 감독은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낮았지만 캔자스인가 그쪽에서 굉장히 유명한 선수였다고 들었다. 공항에서 외국인들이 알아볼 정도였는데 단순히 선수들만 알아보는 게 아닌 일반 외국인들이 알아본다는 소리를 통역한테 전해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난다. 사이즈는 아쉬웠어도 스피드와 드리블을 앞세워 내외곽을 넘나들면서 득점을 올리던 개인기가 무척 좋은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화려한 맛은 덜했지만 국내 무대에서는 워커보다는 조던이 더 잘맞는 유형이었다는 평가도 많다. 조던은 1997~98시즌 당시 34경기에서 평균 23.4득점, 2.4리바운드, 4.1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했다. 흑인 가드 특유의 묘기성 플레이보다는 간결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통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나가며 팀 승리를 우선시하던 선수였다.


특히 경기당 2.9개를 던져 45.8%의 성공률을 기록한 3점슛은 지금봐도 무시무시하다. 1998년 1월 8일 SK전에서 38득점을 쏟아부은바 있으며 1997년 12월 14일 SK전에서는 3점슛을 7개나 성공시켰다. 골밑이 강한 팀에서 뛰었다면 외인 슈터로서도 매우 위력적이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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