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자식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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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중에 제일 예쁜 꽃은 자식꽃이라는데, 내 꽃 두 송이는 당최 그 예쁘디예쁜 꽃을 피울 생각을 안 한다.
저 출산 문제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것이 내게는 남 일 같지 않다.
그냥 귀가하려다가 찍은 사진을 나누고 싶어, 되짚어가서 유치원 선생님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상대방에게 낯선 호칭으로 불린 것도 그렇고, 단칼에 거절당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을 못 했던 터라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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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중에 제일 예쁜 꽃은 자식꽃이라는데, 내 꽃 두 송이는 당최 그 예쁘디예쁜 꽃을 피울 생각을 안 한다. 저 출산 문제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것이 내게는 남 일 같지 않다. 어찌하여 남들은 다 피우는 꽃이 내게는 이리도 귀할까?
요즘엔 그저 지나가는 꼬맹이들을 봐도 나도 모르게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아이들은 못났으면 못난 대로, 예쁘게 생겼으면 또 그런대로 모두가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 산책길에서 개나리꽃 같은 유치원생들을 만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도 귀엽고 예뻐서, 평소의 버릇대로 나도 모르게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그냥 귀가하려다가 찍은 사진을 나누고 싶어, 되짚어가서 유치원 선생님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만, 사진은 저희가 찍은 것으로 족합니다"
상대방에게 낯선 호칭으로 불린 것도 그렇고, 단칼에 거절당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을 못 했던 터라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세 분 선생님이 함께 찍은 사진은 없잖아요? 난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함께 렌즈에 담았답니다" 한 번 더 설득했지만 그녀의 단호한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보아도 내가 한때는, 사진작가였거든요"
난감해진 내가 뜬금없이 더듬거리며 고백했으나 결과는 매한가지. 뒤돌아서는데 뒤통수가 부끄러워서 혼났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요즘 젊은 부모들은 함부로 제 아이 사진을 못 찍게 해. 세상이 좀 험하니? 그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모르잖아? 왜 현직 사진작가라고 하지 그랬어, 그러면 반응이 달랐을 텐데" 외려 나를 놀려먹었다.
젊은 한때,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매진한 적이 있었던 만큼,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을 한데 모아 조촐한 전시회를 열고 싶은 꿈이 나에게는 아직 남아있다. 내가 좋은 풍광이나 아름다운 장면이 눈에 띄면 습관처럼 셔터부터 누르는 이유이다. 그런 결과물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오히려 감사의 인사까지 받곤 했다.
세상이 험해진 것이 문제라고 웃어 넘기기엔 누구에게랄 거 없이 야속했다. 아예 처음부터 양해받고 촬영에 임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다시 펼쳐본 사진 속 꼬맹이들은 여전히 세상 근심 걱정 하나 없이 밝기만 하다. 그중 몇 장은 빛, 채도, 구도가 완벽하다. 한순간에 내 마음이 신기하게도 사르르 눈 녹듯 녹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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