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안무가 육성 발굴 프로젝트 ‘넥스트 스텝’ 신작 무용 3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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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맛단을 치켜든 여성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국립무용단이 새로운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텝' 세 번째를 맞아 여는 공연이다.
우리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인 한국창작무용을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춤 사위를 짓고 창작하는 전문 안무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날 선보인 3편의 안무는 국립무용단이 안무가 발굴, 육성 차원에서 내외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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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맛단을 치켜든 여성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가위를 들고 다가간 남성이 치마 일부분을 싹둑 자른다. ‘한국인의 가족주의’를 춤사위로 그려낸 최호종 안무의 <야수들> 시작 장면이다. 30일 국립무용단이 국립극장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한 신작 3편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이날 시연에선 죽기 3초 전의 순간을 형상화한 <라스트 댄스>, 철새의 행렬을 통해 삶의 윤회를 담은 <메아리> 등 기발함과 발랄함이 공존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국립무용단이 새로운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텝’ 세 번째를 맞아 여는 공연이다.
전통을 잇고 보존하는 일을 넘어 지금, 이 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인 한국창작무용을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춤 사위를 짓고 창작하는 전문 안무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먼저 춤이 있어야 무용수들이 그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선보인 3편의 안무는 국립무용단이 안무가 발굴, 육성 차원에서 내외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품들이다.
박소영이 안무한 <라스트 댄스>에서 여성 무용수 6명은 흐느적거리면서도 격정적인 춤동작으로 삶의 고뇌와 환희를 표현한다. 박소영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최종적으로 다시 삶을 선택하는 사삼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며 "이 사람이 어쩌다 죽음에 내몰리게 됐는지를 탐구하고, 부정적이고 우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긍정의 기회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무용수들의 표정 연기와 마지막에 추는 격렬한 춤이 뇌리에 박힌다. 안무가가 무대 위에서 경험한 공황의 순간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정보경 안무의 <메아리>가 시작되면 불이 꺼지면서 누워있는 여성에게 남성이 느릿느릿 다가간다. 11명의 남녀 무용수는 구슬픈 구음 소리에 맞춰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움직이거나 고리로 연결된 듯 손을 잡고 무대를 질주하기도 한다. 안무가 정보경은 “떠나고 또 돌아오는 철새들의 삶에서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울림을 준다는 의미를 떠올리며 윤회하는 삶을 형상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세 안무가는 지난해 9월 공모에서 선발된 이후 7개월간 무대미술, 의상, 연출·구성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며 작품을 다듬어왔다. 최호종, 박소영은 국립무용단 단원이지만 정보경은 11편의 외부 응모를 뚫고 차세대 안무가로 선정됐다. 외부 응모는 이번이 처음이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단장은 “외부 문호 개방을 더욱 확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젠가 ‘미래의 전통’으로 기억된 이들 세 작품은 다음 달 20~2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최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은 초단편 영화 형태의 ‘댄스 콘셉트 필름’으로도 제작되며, 국립무용단 정규 레퍼토리로 확장할 기회도 얻게 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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