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차명 코인러’ 못 걸러낸 거래소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병훈 2023. 3. 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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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의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상자산 32억원을 전송받은 20대도, 차명으로 이뤄진 90대 노인의 가상자산 거래도 거래소의 눈을 피했다.

세계일보는 31일자에서 이와 함께 은행권 과점체제 개선안으로 고려되던 비은행권 지급결제업무 허용 방안을 한국은행이 반대했다는 소식, 쌀값 하락으로 벼농사 순이익이 37%가량 급락했다는 소식 등을 다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FIU, 코인거래소 검사서 위법사례 적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해 5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대상으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관련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위법·부당행위 사례를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트래블룰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외부로 전송하는 경우 거래소가 고객의 신원정보를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외부로 전송’에 한정돼 해외 거래소에서 수상한 자금을 국내 거래소로 보내거나, 100만원 미만의 자금을 다룰 경우 트래블룰에 잡히지 않는 허점이 있다.

FIU는 거래소 현장검사 결과 자금세탁 의심 정황을 다수 적발했다. 한 거래소 고객은 외부에서 9개월 동안 1074회에 걸쳐 278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입고받아 1만2267회 나눠 매도하고, 차익 282억원을 712회로 나눠 현금화했다. 또 다른 고객은 출처가 불분명한 313개의 가상자산 주소에서 32종의 가상자산을 2243회 국내 거래소로 입고받은 뒤 해외로 2171회(163억원) 출고하는 의심스러운 거래 패턴을 보였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특금법에 따라 수수한 금융거래 재산이 불법재산이라고 의심될 경우 또는 자금세탁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될 경우 해당 거래를 FIU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고객이 정보 확인을 거부하면 거래를 종료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들은 이 같은 의심거래 정황을 확인하고도 FIU에 보고하지 않았다.

거래소 직원의 내부거래도 적발됐다. 한 거래소 임직원은 자신의 재산으로 배우자 계정을 이용해 자신이 일하는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매했다. 가상자산사업자 임직원은 해당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가상자산을 매매하거나 교환하는 행위가 제한된다.

FIU는 제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번에 적발된 위반 사업자에 대해 기관주의와 최대 4억9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임직원에 대한 견책 및 주의 등 조치와 지적사항에 대해 3개월 이내 개선을 요구했다. FIU는 향후 이행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미흡할 경우 추가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의심거래가 적발된 고객의 경우 수사기관에 이관될 예정이다. 

현행 트래블룰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외부로 전송된 가상자산 거래의 68%(257만건)가 트래블룰을 피하는 100만원 미만의 거래였다.

한국은행. 연합뉴스
◆비은행 지급결제 도입에 한국은행 ‘반대’

금융위원회는 전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비은행권 지급결제업무 허용 및 스몰라이선스 제도 도입 시 소비자 편익과 규율방안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한은은 증권·보험·여신·핀테크 등 비은행권에도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안에 대해 “전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해 결제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필수적인 금융안정 수준을 전제로 충분한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를 살펴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권 과점 체제 개선의 또 다른 방안으로 거론된 ‘은행 스몰라이선스’ 도입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와 경쟁촉진뿐 아니라 금융안정 등을 종합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TF 운영을 거쳐 오는 6월 말에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당국 압박에 상생안 내놓는 은행들

은행권은 당국의 압박에 잇따라 상생안을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30일 연간 2050억원의 규모의 금융지원안을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신규·대환·기간연장 시 최대 각각 0.7%포인트, 0.6%포인트 인하한다. 신용대출(신규·대환)은 최대 0.5%포인트 내린다. 청년층 및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안도 포함됐다.

앞서 이달 초 KB국민은행도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내려 고객 이자 부담을 연간 1000억원 이상 경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4일 주택담보대출을 0.4%포인트 인하하는 등 16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지원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시중은행의 상생안 발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현장 방문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상생안도 이날 이 원장이 서울 영등포구의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점 개소식에 참석한 뒤 발표됐다. 이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상반기 전에는 국민이 은행권의 노력과 최근 단기자금시장 안정으로 인한 금리 하락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일 경기도의 한 미곡종합처리장 저온창고에서 관계자가 수매후 보관 중인 쌀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쌀값 하락에 벼농사 순이익 급락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0a당 논벼 총수입은 117만1736원으로 전년보다 12만2507원(9.5%) 감소했다.

총수입에서 경영비를 제외한 10a당 소득은 2016년(42만9546원) 이후 가장 적은 60만5615원으로 전년보다 22.9% 감소했다. 소득을 총수입으로 나눈 소득률은 9.0%포인트 하락한 51.7%로 이 역시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총수입에서 생산비를 뺀 10a당 순이익은 31만7275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보다 36.8%(18만4703원)나 줄어든 금액이다. 순이익 규모는 2017년(28만3719원) 이후 가장 작았으며 감소폭은 2016년(39.8%) 이후 가장 컸다. 순수익을 총수입으로 나눈 순수익률은 27.1%로 11.7%포인트 낮아졌다.

이 같은 하락은 지난해 산지 쌀 가격이 하락하고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산지 쌀 가격은 4분기 기준 20㎏당 4만5455원으로 1년 전보다 12.9% 떨어졌다. 일조시간과 강수량 부족으로 10a당 쌀 생산량도 518㎏으로 전년보다 2.3% 줄었다.

지난해 10a당 논벼 생산비는 85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6만2000원(7.9%) 증가했다. 직접 생산비는 비료구입비, 노동임금 상승 등으로 증가했으며 간접생산비는 산지 쌀 가격 하락 등으로 토지용역비가 감소했다. 20㎏당 쌀 생산비는 3만1631원으로 전년보다 2689원(9.3%) 증가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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