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인간 이외 존재에게 배운 놀라운 첫 경험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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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된 과거에 상식 수준의 금융 공부를 하다가 '국채 금리'라는 것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는데, 당시 읽은 책의 설명만으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국채는 발행할 때부터 금리가 정해져 있다는 구절을 방금 읽었는데 그다음 페이지에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라고 서술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아마 그 책의 저자는 너무 뻔한 내용이라서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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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된 과거에 상식 수준의 금융 공부를 하다가 ‘국채 금리’라는 것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는데, 당시 읽은 책의 설명만으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국채는 발행할 때부터 금리가 정해져 있다는 구절을 방금 읽었는데 그다음 페이지에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라고 서술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아마 그 책의 저자는 너무 뻔한 내용이라서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의 ‘금’자도 몰랐던 내가 그 책을 잡은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선 ‘내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줄줄 이야기하는 저자가 아주 잠깐 원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놀라운 것을 반기지만 쉽게 놀라는 체질은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소피아가 ‘인류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떠들거나 평소 조용하던 태블릿 내의 음성 비서가 뜬금없이 말을 걸어와도, 저 ‘앵무새 녀석들’ 하고 무심히 넘어갔다. 챗지피티(chatGPT)엔 상당히 놀랐다. 머신러닝에 대한 이런저런 자료를 읽고도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을 질문해봤다. 비전공자가 이해하긴 힘들 뿐, 전문가들에겐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뻔한 주제였다. 챗지피티는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나는 잘 몰랐던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인간 외의 존재(?)로부터 뭔가 지적인 것을 배운, 놀라운 첫 경험이었다.
차형석 편집국장으로부터 챗지피티에 관한 기획기사를 주문받으면서 ‘작동 원리’에 대한 꼭지를 꼭 포함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본질을 알아야 그 현상·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평소 사고방식이 챗지피티의 신비로운 외형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결심은 장했지만 실천은 어려웠다. 기자 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사 중 하나로 꼽아도 큰 무리 없을 시간을 보냈다. 아는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 머릿속 ‘인간 신경망’의 빈 ‘노드’들을 다시 채워 넣고 연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너무 뻔해서 비워둔 줄거리의 빈틈을, 비전문가가 접근하다 보니 우연히 채워 넣은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강변하며 기사를 마감한다. 읽어주시고 질책해주시기 바란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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