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란 무엇인가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입력 2023. 3. 3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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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옥스퍼드 세계도시문명사

오거스타 맥마흔 외 지음, 민유기 옮김, 책과함께 펴냄

“지구적으로 도시가 되는 것은 시간을 통해 이루어낸 인간의 위대한 집합적 성취 가운데 하나다.”

인류의 도시문명사 전체를 4권에 걸쳐 서술한다. 도시는 인류의 삶과 역사, 국제정치의 중심 무대로 부상했다. 어떻게 ‘도시적(URBAN)인 세계’로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도시 체계들은 어떻게 진화하고 상호작용을 했을까? 도시 역사 연구의 대부분은 국가나 지역 차원에 머물러 왔기 때문에 대륙횡단적 측면의 비교분석은 드물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세계 각지의 연구자 50여 명이 협력해서 펴낸 결과물이 이 책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부터 1000만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21세기의 초거대 도시까지 시대·지역·주제별로 촘촘하고 친절하게 ‘도시라는 것’을 분석한다.

 

 

 

 

 

 

‘팬덤 정치’라는 낙인

조은혜 지음, 오월의봄 펴냄

“오늘날 ‘팬덤 정치’로 불리는 ‘인물 지지 정치’ 현상의 핵심은 제도 정치 행위자를 비롯한 ‘사회권력 불신’에 있다.”

팬덤 정치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해치는 문제적 현상으로 간주되어왔다. 남는 건 특정 정치인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개인들에 대한 낙인이다. 사회학 연구자인 저자는 팬덤 정치라는 용어가 자명한 사실처럼 여겨지지만, 제대로 정립되거나 분석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팬덤 정치를 ‘인물 지지 정치’라는 나름의 틀을 활용해 새롭게 읽어낸다. 인물 지지 정치가 생겨난 배경에는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내부 성찰과 자기비판을 수행하지 않는 정당들이 팬덤 정치를 정당정치의 근본 문제를 은폐하는 프레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데 있다.” 팬덤 정치에 대한 분석은 어느새 무책임한 정치 담론에 대한 실태 고발로 이어진다.

 

 

 

 

 

 

악어의 눈

발 플럼우드 지음, 김지은 옮김, yeondoo 펴냄

“제 몸이 그들처럼 고기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악어는 지구상에서 인간을 잡아먹는, 몇 남지 않은 주요 포식자다. 인간이 스스로를 ‘군림하는 신’으로 인식하는 것과 별개로, 악어의 눈에 인간은 그저 육즙과 영양분이 풍부한 먹이일 뿐이다. 악어는 사냥감을 탈진시키거나 익사시키기 위해 입에 물고 물속에 들어가 회전시키는 ‘죽음의 소용돌이’라는 사냥 기술을 쓴다. 저자는 죽음의 소용돌이를 세 번이나 당한 뒤에 악어의 턱에서 빠져나와 살아남았다. 이 책은 포식자에서 먹이로 전락한 인간의 생생한 생존 서사다. 동시에 생태 위기 시대에 우리에게 던져진 윤리적 질문에 답하는 에세이다. 저자가 완전 채식주의를 경계하는 이유도 흥미롭다.

 

 

 

 

 

 

산에 오르는 마음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노만수 옮김, 글항아리 펴냄

“그중 산꼭대기에서 끝을 맞이하는 형식이 가장 멋지고 통쾌하다.”

한 소년이 있다. 스코틀랜드 고지대인 하일랜드의 외할아버지 집, 얼음처럼 차가운 침대 위에서 잠을 설치던 소년은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관한 책을 읽는다. 읽는다기보다 빠져든다. “개가 혀로 털을 핥으려고 하면 그 혀도 즉시 얼었으며” “양털 옷은 금속 조각처럼 뻣뻣하게 얼어버리는 탓에 망치로 때려야만 구부릴 수 있”는 세계로. 소년은 책에서 읽었던, 수많은 산악인들의 동상 걸린 손발과 목숨을 앗아갔던 바로 그 길들을 따라 걷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산에 매료됐을까? ‘산에 오르는 마음’이란 어떤 걸까? 세계적인 자연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이 거산 등반의 역사를 정리했다.

 

 

 

 

 

 

 

편집자의 시대

가토 게이지 지음, 임경택 옮김, 사계절 펴냄

“오쿠보 가즈오 씨는 한 번도 외국에 가본 적이 없다.”

오쿠보 가즈오(1923~1975). 게이오 대학 문학부 중퇴. 1960년대 일본 지성의 토대를 닦은 번역가였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전체주의의 기원〉, 카를 슈미트의 〈정치적 낭만주의〉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책을 번역했다. 일본의 3대 인문출판사 가운데 한 곳인 미스즈서방이 그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미스즈서방 2대 편집장인 저자가 오쿠보 가즈오 씨를 기록한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한 번도 외국에 가본 적이 없다.” 1965년부터 2000년까지 35년간 편집자로 일한 저자가 만난 사람들, 만든 책을 담은 유고 회고록이다. 일본 출판의 황금기로 통하는 1960~1980년대, 지적 성장을 이끌던 ‘편집자의 시대’를 증명하는 기록이다.

 

 

 

 

 

 

 

죄 없는 죄인 만들기

마크 갓시 지음, 박경선 옮김, 원더박스 펴냄

“메이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범죄 때문에 교도소에서 13년 복역 후 석방됐다.”

강간 사건이 일어난 날, 허먼 메이는 훔친 기타를 전당포에 맡기다 붙잡혔다. ‘촉’이 온 경찰은 강간 피해자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강간한 남자가 맞다.” 메이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몸에 정액이 남아 있었지만, 당시에는 DNA 검사가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신시내티 대학 법학 교수이자,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 공동 설립자인 저자는 보관된 정액 DNA 검사를 요청했다. 결과는 불일치. 13년이나 복역한 뒤에야 메이는 석방됐다. 대학에 몸담기 전 연방 검사였던 저자가 펼친 무죄 프로젝트로, 2022년 현재까지 도합 750년 이상을 복역한 39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감옥에서 석방됐다. 미국 전직 검사의 고백록이지만 한국 검사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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