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어에 취하면 안돼… 여행자가 원하는 것부터 살펴야" [관광Biz]

김명상 2023. 3.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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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주최
컴퍼니 빌더 4개사 간담회
관광 벤처·스타트업에 조언
(사진=김명상 기자)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공급자 위주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불편한지 세밀히 살펴봐야죠. 그 어떤 것도 고객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종로구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한국관광공사와 이데일리 주최로 열린 ‘컴퍼니 빌더 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야놀자와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타이드스퀘어 등 어벤저스급 회사 4개사가 ‘컴퍼니 빌더’로 참여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멘토를 자처한 이들로부터 관광스타트업의 성공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디지털 전환 가속… 스타트업 역할 중요

컴퍼니 빌더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전환(DX)이 빠르게 일어난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역설적으로 기존 기업은 이미 맛본 달콤한 성공의 열매가 위험요소라고도 했다. 과거에 경험한 성공 방식과 모델이 뇌리에 단단히 뿌리 박혀 화석처럼 굳어지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컴퍼니 빌더들은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시장에서 과거의 사고방식과 태도만으로는 유지는커녕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순발력과 기동력은 스타트업이 지닌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혁 타이드스퀘어 이사는 “규모를 갖춘 기업들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쫓아 가능성 높은 새로운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기 쉽지 않다”며 “민첩하고 변화에 민감한 스타트업은 이런 점이 성공 가능성을 좀 더 높이는 기회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컴퍼니 빌더들은 다양한 관광 서비스 분야 중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주목해야 할 분야로 ‘모빌리티’를 꼽았다. 다른 국가나 도시를 방문했을 때 여행객이 가장 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이동수단이라는 이유에서다. 정태정 트립닷컴 액티비티 사업부 부장은 “항공과 호텔 등은 오래된 역사가 있어서 큰 전환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지만 모빌리티는 스타트업이 볼 때 유망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에선 모빌리티 서비스가 익숙한 것이 됐지만, 아직 레저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는 없다는 것이다. 자유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활하고 편리한 이동을 돕는 여행에 특화된 모빌리티 서비스가 사업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컴퍼니 빌더들의 조언이다.

이진혁 이사는 “전체 버티컬 서비스를 봤을 때 특히 모빌리티 분야는 확장성과 범용성이 숙제”라며 “다른 분야는 완전 성숙 단계에 있거나 너무 많은 참여자가 있지만 모빌리티는 지역마다 컨디션이 달라 아직 불편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저 분야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현재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사업적으로 다각적인 연구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렌디한 마케팅 용어에 함몰되면 안돼

개발한 상품, 서비스가 단순히 본인이 관심있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컴퍼니 빌더들은 스타트업이 겪는 시행착오의 대부분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때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부장은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여행시장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본인의 관심사가 아니라 시장이 진정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송민규 야놀자 실장은 “스타트업은 테스트 때부터 고객 입장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개선해야 할지 세밀히 봐야 한다”며 “시장 진출에 앞서 고객이 있다는 생각을 잊으면 지속성 있는 사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경륜 익스피디아 전무는 “비즈니스 방향이 고객에 맞춰져 있지 않은 기업은 합이 맞는 파트너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너무 트렌디한 마케팅 용어에 함몰되지 말고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부터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본인들이 활동할 무대, 타깃 시장 등 비즈니스의 대상과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먼저 진출하지 않으면 점령당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용 익스피디아 이사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익스피디아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에서 창업 기회를 가진 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며 “창업은 국내에서 하더라도 비즈니스는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 글로벌 기업이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디어를 빼앗는다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한국관광공사와 이데일리 주최로 열린 ‘컴퍼니 빌더’ 간담회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혁 타이드스퀘어 대외협업실 이사, 송민규 야놀자 커뮤니케이션 실장, 정용안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창업팀장, 정태정 트립닷컴 액티비티 사업부 부장, 이승용 익스피디아 이사, 정경륜 익스피디아 전무, 곽재연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창업팀 차장
‘외부 투자부터 받고 보자’는 태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진혁 이사는 “기업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비즈니스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초기부터 무한대의 가능성을 찾기보다는 내 상품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투자자와 접점을 찾기도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상 (ter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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