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영장, 관리비만 비싸요” 조합·입주민 만류하는 건설사들
2000세대 미만이면 적자 커져… 조합에 “설계 안돼요” 거절도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고급화가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고급 아파트의 척도’라고 알려진 단지 내 수영장이 이젠 기본 시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일부 서울 강남권 아파트들을 제외하고 잇따른 수영장 시설 적자 논란에 건설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야외 수영장의 겨울철 활용방안이나 일정 세대 이상이 아니면 수영장 설계를 하지 않게 조합에 설득하는 등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입주민들 요구가 클수록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급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트렌드는 ‘루프탑’이다. 수영장 역시 지하 실내수영장에서 루프탑 수영장으로 재건축 조합이나 입주민들의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카페나 수영장 등을 아파트 꼭대기 루프탑으로 옮기는 것이 트렌드”라며 “다른 단지에서도 안하던 시설이기도 하고, 단지만의 특색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루프탑 수영장은 3~4년전 일부 서울시 재건축 조합 등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루프탑 수영장 설계’ 바람이 불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가 당시 유행에 올라타면서 국내 최초 루프탑 인피니티 풀을 갖게 됐다.
B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다른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서도 루프탑 실외 수영장을 원해 겨울철 활용방안을 고민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며 “수영장에 물을 채워 아이스링크를 만들어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낸 적이 있었는데,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아 내부에서도 갸우뚱하는 분위기였지만 조합들이 원하는 방향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이 커뮤니티 시설 중에서도 특히 수영장을 원하는 이유는 ‘고급 아파트’의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시설이 잘 돼 있으면 고급아파트로 입소문이 나 가격방어도 가능하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옆 아파트 단지에 수영장에 지하 골프장까지 있다고 하면 우리도 저기보다 더 해야한다는 경쟁심리 때문에 조합에서 건설사에 이것저것 요구하는데, 짓고도 관리가 되지 않는 곳이 많아 오히려 건설사가 말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어놓고도 관리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리비다. 수영장 시설은 호텔 운영에서도 무조건 적자가 나는 시설로 알려져있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수영장은 지었다하면 매월 2000만원 이상 관리비가 드는 시설이라고 보고 있다. 1년 중 3개월에만 바짝 인기를 끌고 무엇보다 수질 관리가 힘들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상주하는 안전요원들의 인건비 등도 입주민들의 관리비에서 나가기 때문에 수영장 규모가 클수록, 아파트 세대 수가 적을수록 부담이 커진다.
C건설사 관계자는 “한 때는 수영장 관리비 문제로 입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나기 시작하자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2000세대 이상이 아니면 수영장을 짓지 않는게 낫다’고 오히려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합 설득하기도 했다”며 “2000세대면 한 세대당 만원 꼴이니 그정도는 고급아파트 이미지를 갖는데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에 준공돼 실내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1320세대) 전용 84.63㎡의 공용관리비는 세대당 17만375원이다. 같은 연도에 준공돼 역시 실내수영장이 있는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1957세대) 84.94㎡ 공용관리비는 16만4764원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인 2020년 준공됐지만 수영장 시설이 없는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2296세대)의 전용 84.59㎡ 공용관리비는 14만9256원 수준이다. 수영장이 있는 단지와는 1만5000원~2만원 가량이 차이나는 셈이다.
커뮤니티 시설을 두고 입주민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과거 용산구의 한 아파트는 수영장 적자가 3000만원 이상을 넘어서면서 시설 이용료를 공동부담에서 이용자 부담으로 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단지 규모가 500가구도 되지 않아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입주민들도 부담해야하는 액수가 너무 컸던 탓이다. 2021년 12월 준공된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누수와 물넘침 등 하자보수로 인해 현재까지 수영장 재개방을 못하고 있다. 용인의 한 아파트 역시 스포츠센터가 2억원 이상의 적자로 강제적으로 전 세대에 비용을 부담하게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커뮤니티 시설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세대 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적자 유무는 다를 것”이라며 “결국은 규모의 경제로, 세대 수가 2000세대 정도 되면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1000세대만 돼도 손해가 나기 때문에 처음 설계 단계에서부터 세대 수를 고려해 판단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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