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개막]'도쿄참사는 악재도 아니었다' 가장 암울한 분위기서 출발

이석무 2023. 3.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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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구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씁쓸한 표정에선 야구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이상 진출해 한국 야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10명 중 3명(32%)만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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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 대패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야구대표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탈락은 악재도 아니었어”

한 야구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씁쓸한 표정에선 야구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3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4월 1일 5개 구장에서 일제히 막을 올린다. 희망과 기대가 가득해야 할 개막 분위기가 암울하기만 하다. 쓰나미처럼 온갖 악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야구계는 할 말을 잃었다. 팬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까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로야구는 2023년을 부활의 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이상 진출해 한국 야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WBC 성공을 바탕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KBO리그 관심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준비 과정부터 삐걱댔던 야구대표팀은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됐던 호주에 덜미를 잡혔다. 라이벌로 여겼던 일본에게는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결국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훈련지 날씨 변수, 과도한 이동 일정 등으로 인한 컨디션 관리 실패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동시에 세계 야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있는 한국 야구의 현주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WBC 대회 이후 한국 야구도 거품을 걷어내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럴수록 KBO리그에 더 관심갖고 응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었다.

그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야구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일탈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23일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소속팀에서 곧바로 계약 해지됐고 야구판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서준원 충격에서 헤어나기도 전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지난 29일에는 장정석 KIA 단장이 소속 선수였던 박동원(현 LG트윈스)과 FA 협상 중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구단에서 전격 해임됐다. 바닥까지 추락한 한국 야구 현실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사건 사고가 한꺼번에 두 개나 찾아온 것이다. 지난 겨울 열심히 준비했던 프로야구 10개 구단과 선수들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도 애정과 관심을 놓지 않고 개막을 기다렸던 팬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팬들은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금액을 들여 야구장을 찾고, 유니폼을 구매한다. 그런 팬들이 느낄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팬들의 실망감은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10명 중 3명(32%)만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년 전인 2013년 조사에서 응답자 44%가 프로야구에 관심을 표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2%포인트가 하락했다.

반면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10년 전 55%(‘관심이 별로 없다’ 22%·‘관심이 전혀 없다’ 33%)에서 올해 66%(‘관심이 별로 없다’ 29%·‘관심이 전혀 없다’ 37%)로 11%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2013년 44%였던 20대 관심도가 올해 절반 수준인 21%로 떨어졌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미 보잘것없이 초라해진 현실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선다. 이미 팬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나마 팬들이 느낄 배신감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야구계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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