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중고차마저 '시가'?…3달 만에 1000만원 '뚝'

이태성 기자, 이강준 기자 2023. 3. 31.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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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이강준 기자]

전세계 중고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3의 가격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오락가락하는 가격 정책이 중고차 가격 하락까지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30일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K Car(케이카)에 따르면 이달 모델3 중고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4378만원이다. 지난해 12월 5428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1000만원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전년 동기(5744만원)과 비교하면 약 23.8% 하락한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 중고차 사이트 '아이씨카스'(iSeeCars)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중고차의 지난달 평균 거래 가격은 4만2337달러(약 5504만원)로 지난해 9월 이래 21.5% 하락했다. 테슬라 모델3의 하락 폭은 아이씨카스의 조사 대상 중고차 모델 중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미 전체 중고차 평균 가격은 4.7% 하락하는데에 그쳤다.

테슬라 중고차의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데에는 테슬라의 가격 정책 영향이 컸다. 지난해 테슬라는 부분변경, 연식변경 없이 6차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모델3 롱레인지는 5999만원에서 8469만원, 모델Y 퍼포먼스는 7999만원에서 1억473만원으로 가격이 2500만원가량 올랐다. 원자재값 인상이 이유였지만, 차가 잘 팔리니까 가격을 마음대로 올린다는 비판이 컸다.

테슬라 모델3

이후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차량 수요가 줄어들자 지난해 10월부터 전세계적으로 가격 인하를 시작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전 지역에서 테슬라는 수차례 가격을 낮췄다. 한국에서도 지난 1월부터 가격을 조정했고, 현재 모델3의 신차 가격은 5999만원이다. 이달에는 2022년식 모델3·Y에 한해 최대 900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차 가격의 하락은 기존 차량 구매자들에게는 손해다. 차량 가격이 오를 때에는 중고차의 잔존 가치가 함께 올라 이득을 볼 수 있으나 하락하는 시점에서는 기존에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가치도 함께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테슬라의 급격한 가격 인하 때문에 차주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초 테슬라 중국법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3' 판매 가격을 13.5%, '모델Y' 가격을 10% 각각 낮춰 게시했다. 지난해 10월 24일 모델3과 모델Y 가격을 각각 5%, 9% 내린 지 약 1달 반 만에 가격을 추가 인하해 수개월 만에 20% 안팎 값이 떨어진 셈이다.

이에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각지 테슬라 매장과 전시장에는 기존 차주 수백명이 찾아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과 몇 달 새 신차 가격이 확 떨어져 손해를 봤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중고차 가격 급락이 브랜드에 결코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에 변동을 줄 때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차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고려하고, 이때문에 연식 변경 등 이유가 있을 때에만 가격을 변경해 왔다"며 "테슬라의 '시가' 정책은 기존 차주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고차 가격의 급락은 현재 차량 소유자들에게 손해를 봤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이는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고차 가격 방어가 되지 않는 차량은 그만큼 구매 매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동차 업계 가격을 집계하는 '갭 HPI'를 인용해 영국에서 5만7435파운드(약 9202만원)에 판매 중인 '모델3′의 중고차 가격이 2024년 1월에는 46% 하락한 3만1300파운드(약 5011만원)에 거래될 전망이라고 했다. 2021년 9월에 판매된 '모델3′ 중고차 가격이 1년 동안 단 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감가상각이 10배 이상 진행된다는 뜻이다.

FT는 "갭 HPI가 수집한 데이터는 영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테슬라 중고차 가치는 다른 나라에서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 중고차 가격은 2022년에 비해 떨어졌지만, 테슬라의 감가상각은 경쟁 전기차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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