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민주주의 회복하려면 경제권력 통제해야”

고명섭 2023. 3. 3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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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는 1996년 출간한 <민주주의의 불만> 의 2022년 개정판이다.

첫째, 경제가 민주적 통제에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경제를 재구성해야 하는가? 둘째, 국민을 민주 시민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어떻게 공적 삶을 재구축해야 하는가? 요컨대 경제적 강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과 시민의식을 활성화하는 것, 이 둘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민주주의 회복의 관건이라는 것이 샌델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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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l 와이즈베리 l 2만원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는 1996년 출간한 <민주주의의 불만>의 2022년 개정판이다. 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독자적인 새 책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초판에서는 미국의 공화주의 전통에 대한 논의를 제1부에 배치했지만, 개정판에서는 제1부 내용을 대거 삭제하고 제2부의 ‘경제를 둘러싼 공적 담론’을 확대해 책 전체를 통해 경제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리하여 경제를 프리즘으로 삼아 분석하는 미국 민주주의가 새 책의 중심 주제가 됐다.

초판에서 샌델은 미국이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자유지상주의를 사상적 기틀로 삼음으로써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개정판에서 샌델은 초판의 주장을 더 깊이 밀고 들어가 자유주의의 극단화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그 위기는 우선 지난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가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폭력 행위를 부추긴 데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 민주주의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는 트럼프 이전에 이미 짙어졌다고 샌델은 말한다. “승자와 패자 사이에 난 분열의 골은 수십년에 걸쳐 깊어졌으며, 정치에 독이 돼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로 엘리트 지배층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들이 추진한 세계화는 부유층에게 엄청난 이득을 줬지만, 노동자 계층 대부분에게는 실직과 임금 동결이라는 고통만 안겼다.” 레이건 시대 이후 모든 정부가 경제 권력의 집중화를 막는 균형추 구실을 포기한 채 기득권 세력에 투항한 것이 트럼프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샌델은 민주주의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두 가지 질문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경제가 민주적 통제에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경제를 재구성해야 하는가? 둘째, 국민을 민주 시민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어떻게 공적 삶을 재구축해야 하는가? 요컨대 경제적 강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과 시민의식을 활성화하는 것, 이 둘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민주주의 회복의 관건이라는 것이 샌델의 진단이다. 샌델이 보기에, 소수가 독점하는 민주적 제도들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공적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시민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시민이 한갓 시장경제의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공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민주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샌델은 시민의 공적인 참여로 경제 권력을 민주적 통제 아래 놓을 때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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