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배달플랫폼은 왜 ‘산재 1위 기업’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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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그려보자.
하지만 넘어진 배달기사의 입장에서 이 상황은 교통사고가 아니라 '산업재해'다.
7년차 라이더이자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을 만든 박정훈의 책은 사고와 산재 사이의 괴리를 좁힌다.
플랫폼은 시간과 날씨를 실시간 반영하며 배달료를 조정해 노동을 도박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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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배달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7000원
이런 상황을 그려보자. 퇴근길 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 창밖을 보니 사람과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다. 쏟아진 음식들. 배달기사인 것 같다. 방금 목격한 장면을 지인에게 전한다면? “사고 났네” 정도일 테다. 하지만 넘어진 배달기사의 입장에서 이 상황은 교통사고가 아니라 ‘산업재해’다.
7년차 라이더이자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을 만든 박정훈의 책은 사고와 산재 사이의 괴리를 좁힌다. 내 앞을 쌩하니 지나가는 “혐오스러운 배달라이더” 뒤에, 그러지 않으면 생활비도 벌기 어려운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플랫폼은 시간과 날씨를 실시간 반영하며 배달료를 조정해 노동을 도박으로 만들었다. 일터마저 공공재(도로)를 끌어다 쓰는 새로운 산업에서 기업의 책임은 사라졌다. 알고리즘을 파악하기 위해 라이더들이 진행한 실험은 흥미롭다. 인공지능이 주는 대로 ‘콜’을 수락한 라이더는 “노동강도가 늘고 거리당 단가는 줄어들어 효율이 떨어”졌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이들은? 일감 배정에서 차별을 받았다. 인공지능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노동의 대가가 납작해지는 역설이다.
대형 플랫폼과 대행사, 자영업자와 라이더가 얽혀 있는 탓에 “개념 있는 손님이 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라이더이지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는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배달의 생명은 속도. 끊임없이 바뀌는 앱 앞에서 “노동자들의 불만은 모두 과거의 일이 되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증명하기 어렵다.” 알고리즘에 맞서는 현장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책이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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