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녹색 반발’과 주69시간제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는 유럽에서 일고 있는 ‘녹색 반발’을 다뤘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친환경 정책을 무리하게 강요한 결과 국민들의 반감과 저항이 거세지고,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둘러싸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 69시간 근로제’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실과 정부는 처음에 “오해”라고 버티다 결국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물러섰습니다. 여론을 더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한번 기세가 꺾인 이상 다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사안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나 온라인에서 의견을 들어보면, 근로시간 유연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일할 때 하고 쉴 때 쉬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가상 근무표’를 보고 국민들이 분개한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근로자가 야근을 하고도 포괄 임금제에 묶여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밤샘 근무를 하고도 상사 눈치 보느라 근무시간을 축소 기재하는 형편입니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함께 포괄 임금제 폐지, 현장 단속과 제재 강화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면 국민 반응도 사뭇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은 “회사가 야근만 시키고 돈과 휴가를 안 주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MZ세대는 권리 의식이 투철하다”고 했습니다. 이 답변 하나로 여론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비슷한 일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학제 개편 등 제대로 추진했으면 국민에게 도움 될 수 있었던 정책을 너무 서툴고 우악스럽게 추진하는 바람에 번번이 좌초됩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코피 아난은 “정책은 조리법 같아서 모든 재료를 정확히 계량하고 순서에 맞게 넣지 않으면 실패한 요리가 되고 만다”고 했습니다. 의욕만 앞선 서툰 요리사들 때문에 정책이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일이 반복되면 정권도 국민도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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