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37] 至尊의 술자리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3.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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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높은 자리에 있어 범접하기 힘든 사람을 일컬을 때 흔히 지존(至尊)이라는 말을 쓴다. 보통은 왕조시대의 최고 권력자였던 임금을 지칭한다. 또는 각 분야에서 꼭대기에 올라 대단한 권위를 지닌 사람에게도 쓴다.

여기에 등장하는 존(尊)이라는 글자의 초기 꼴은 명확하다. 두 손으로 술잔을 받들어 누군가에게 올리는 모습이다. 곡식으로 빚은 술은 예전엔 참 귀했다. 그를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니 그 대상은 분명히 범상한 인물은 아닐 테다.

그래서 이 글자는 존경(尊敬), 존귀(尊貴), 존대(尊待), 존엄(尊嚴) 등의 숱한 단어로 나타난다. 극상(極上)의 지위에 있는 임금이라는 뜻 외에 이 글자는 ‘아버지’의 의미도 얻었다. 제 또는 남의 아버지를 가존(家尊)이라 했던 사례가 그렇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속화(俗化)한 지칭이 더 많다. 제왕(帝王)을 호칭할 때다. 앞의 ‘지존’이 대표적이고, 달리 극존(極尊)이나 일존(一尊)이라고도 했다. 둘 다 지극히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구오지존(九五之尊)이라는 말도 있다.

1~9까지의 숫자에서 구(九)가 홀수[陽] 중 가장 높고, 중심에 오(五)가 있다는 설정에서 나왔다. 가장 높은 인물, 세상 한복판의 임금을 지칭한다. 남면지존(南面之尊)도 있다. 북쪽에 앉아 남쪽을 향하는 제왕의 자리를 가리킨다.

공산당과 함께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며 국가 운영을 이끌었던 중국 국무원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한다. 최근 선보인 ‘국무원 업무 규칙’은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의 간여 범위를 확장해 그의 국무원 장악을 공식화했다.

이미 ‘지존’인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 질주가 거세다. 그러나 극진한 ‘존대’를 받을수록 남이 건네는 ‘술’을 더 마셔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최고 권력자는 늘 술에 취하듯 권력에 도취하는 모양이다. 중국 정치권의 ‘술판’이 오래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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