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쓰레기로 돈 버는 나라
지난 15일 찾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왕립항구 지역. 한때 산업단지였던 이곳은 현재 인구 1만2000명이 거주하는 탄소감축·지속가능 도시로 재탄생했다. 이곳 주민들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주거 건물이나 길거리에 설치된 폐기구에 배출한다. 쓰레기는 폐기구에 연결된 진공 파이프를 통해 곧장 소각장으로 옮겨져 처리된다. 소각 과정에서 전체 쓰레기의 60%는 에너지로 전환돼 지역에서 사용할 난방열과 전기 등으로 바뀐다. 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매립지로 옮겨져 매장되는 양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고 한다. 지역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해당 지역에서 처리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자원 순환 시스템이 완벽에 가깝게 작동하는 것이다.
이 같이 스웨덴에선 탄소배출 절감 등 환경과 관련한 최신 기술을 개발, 도입해 최초 폐기물 중 최종적으로 매립지로 보내는 비율이 채 1%가 되지 않는다. 매립에 대한 부담이 적고 에너지까지 얻다 보니 영국, 덴마크 등에서 2020년에만 쓰레기 270만t을 수입해 3억8400만달러(약 5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심지어 쓰레기 보유량에 비해 소각 처리 능력이 더 커서 보다 많은 쓰레기 수입을 원했을 정도인 때도 있었다고 한다.
포화하는 매립지 문제로 수년째 해결책 없이 지역 간 갈등만 빚는 한국으로선 부럽고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얘기다. 현재 서울·인천·경기 등이 이용하는 수도권 3-1 매립지는 이르면 2025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대체지 선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재작년 환경부가 지자체에 특별지원금 2500억원 등 막대한 혜택을 내걸었지만 대체지 물색은 수포로 돌아갔다. 소각장 문제도 여전하다. 서울의 경우 기존 4구(區)에 존재하는 소각장 외 추가 건립이 불가피하지만 어느 지역도 원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기존 4구에서도 타 지역 쓰레기 처리에 대한 반발이 커진 상황이다.
만일 매립지와 소각장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다 치더라도 잠시뿐이다. 처리 용량이 부족해지는 미래에 같은 문제를 가지고 갈등이 벌어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더 이상 경제적 특혜를 걸더라도 예전처럼 타 지역 쓰레기까지 처리하는 시설을 설치하게 가만둘 곳도 없고 단순히 님비 현상으로만 비난할 일도 아니며,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걸 정부·지자체·주민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현재 당장 급한 매립지, 소각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뻔히 예상되는 미래를 고려할 때 스웨덴처럼 쓰레기를 수입하는 것까진 못하더라도 왕립항구처럼 지역에서 나는 쓰레기를 지역에서 처리하고,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최신 기술 도입을 한시라도 빨리 검토하는 게 경제·사회적으로 이로울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국가적 과제를 이루는 데도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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