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 베이킹 소다, 베이킹 파우더

기자 2023. 3.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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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000년쯤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만들어진 발효 빵은 공기 중의 효모라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효모는 밀가루가 분해된 당류를 먹이로 삼는 과정에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했는데, 그중 이산화탄소는 반죽을 부풀게 만들어 빵의 식감을 더 부드럽게 해주었습니다. 이전의 딱딱했던 빵과는 전혀 다른 식감이었죠. 게다가 미생물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부산물들은 빵의 풍미를 색다르게 했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하지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효모의 마법은 하루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살아 있는 생물인지라, 조건이 약간이라도 변하면 기대하는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는 효모를 인공적으로 농축시킨 제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반죽부터 시작해 빵을 구울 때까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합성팽창제’라는 제품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반죽을 부풀게 하는 효모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인공 합성물을 사용하는 것인데요, 대표적으로 ‘베이킹소다’라고도 불리는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 있습니다. 분자식을 유심히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지만, 이 베이킹소다가 분해되면 이산화탄소(CO2)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분해 과정을 더 자세히 분류해보자면, 첫째로 열에 의해서 일어나는 분해가 있습니다. 고온에서 설탕과 같은 당류를 녹이면서 베이킹소다를 첨가하고 휘저어주면, 갈색 용액으로 변한 당류가 점점 부풀어 오릅니다. 이것을 식히면 달고나라 불리는 달달한 먹을거리가 되는데, 그 내부에 생성된 기포들은 바로 베이킹소다가 열에 의해 분해돼 나온 이산화탄소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제빵에서는 산(acid)에 의한 분해가 더 중요합니다. 반죽에 혼합된 버터 등으로부터 나오는 약간의 산성 물질이 탄산수소나트륨의 분해 반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탄산수소나트륨이 분해되면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염기성 물질 또한 만들어지는데, 이는 쓴맛의 원인이 되고 밀가루에 포함된 플라보노이드 성분과 반응해 반죽을 노랗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산에 의한 분해는 이런 걱정이 없습니다. 산이 염기성 물질과 중화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반죽에 포함된 산의 양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기포의 생성량을 조절할 수 없고, 산과의 반응이 빨라 굽기도 전에 기포가 다 빠져나갈 수도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베이킹파우더’인데요, 탄산수소나트륨 그리고 이것과 반응할 수 있는 정확한 양의 산성 물질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의 양을 조절하면 기포의 생성량 또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산성물질 또한 탄산수소나트륨과 빠르게 반응하는 것과 느리게 반응하는 것 등 여러 종류의 것들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제빵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꾸준히 생성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이처럼 제빵에도 정교한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과학을 알아야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를 잘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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