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권, 김성한 사퇴에 “깃털 하나로 낙타가 넘어지겠나”

장관석 기자 입력 2023. 3. 31. 03:01 수정 2023. 3. 31.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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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보고누락은 방아쇠일뿐”
조태용 “대통령실 원팀으로 노력을”
후임 주미대사에 조현동 내정
“등짐 위에 깃털 하나가 떨어져 낙타가 주저앉았다면, 넘어진 이유를 깃털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사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여권 인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주최 국빈 만찬의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협연’ 관련 보고 누락’이 경질의 핵심 이유였다는 일각의 시선에 30일 이같이 말했다. 보고 누락이 경질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지만, 근본적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도 라디오에서 “단순히 그런 것 가지고 사임하셨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미동맹의 디테일을 강화하는 데는 학자보다 현장 경험이 있는 조태용 신임 안보실장(사진)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변화가 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김 전 실장 체제의 국가안보실이 기밀성을 중시하면서 비서실과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적극적 소통과 대응을 못 했다는 얘기가 많이 거론된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한 주요국 대사들이 대통령 행사 초청 대상에서 누락된 적도 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어느 정부든 안보실과 비서실 간에 긴장관계가 존재하고,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한 점은 있었다”면서도 “최고 외교 당국자이자 국내외 정세를 둘러싼 엄밀한 정무 판단이 필요한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김 전 실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과 스탠스가 맞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김 전 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긴장 관계에 따라 “안보실과 비서실 간의 칸막이와 별도로 안보실 내 칸막이도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외교관 출신이자 비례 국회의원을 지낸 조 신임 실장을 긴급 투입한 것도 이 같은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사정에 이해가 깊은 조 실장이 외교부 등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 조 실장의 소통 역량을 통해 안보실과 비서실 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조 실장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실을 포함한 대통령실의 전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원팀’으로 노력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이날 오전 곧바로 업무를 시작해 오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조 실장의 주미 대사 후임으로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내정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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