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태국, 의회 조기해산과 총선

경기일보 2023. 3.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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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구 전 부산외국어대 총장·한-태 소사이어티 상임대표

태국 하원이 조기 해산되고 총선일은 5월14일로 정해졌다. 이번 총선은 2014년 쿠데타 후 처음 치른 2019년 총선에서 채택했던 1인 1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1인 2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바꿔 치러진다.

총선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2014년 쿠데타 이후 줄곧 권력을 유지해온 현 여권인 친군부 보수세력의 분열과 진보세력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다.

여권의 핵심 세력은 쿠데타를 주도했던 쁘라윳 짠오차(1954년생) 현 총리와 쁘라윗 웡쑤완(1945년생) 당 대표가 만든 팔랑쁘라차랏당(PPRP)이다. 정치적 뿌리 없이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파벌연합으로 구성됐던 팔랑쁘라차랏당은 당권 투쟁이 심화되던 중 쁘라윳 총리마저 지지자들과 함께 신생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UTN)으로 옮겨감으로써 당세가 급격히 약화됐다. 쁘라윳 총리 자신은 헌법상 최대 8년까지만 허용된 총리 임기 제한 규정에 따라 재당선되더라도 2025년 4월6일까지 임기가 제한돼 총리직을 절반밖에 채우지 못할 형편에 놓여 있다.

뿌리가 같은 여권의 두 당은 총선 후 결국 다시 합쳐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팔랑쁘라차랏당이 현재 가장 적대관계에 있는 제1야당 프어타이당(PTP)을 정치적 파트너로 선택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프어타이당은 군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원의 비토세력이기 때문에 연립정부 구성과 총리 선출 시 상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팔랑쁘라차랏당의 역할이 기대돼서다. 태국의 총리는 각 정당이 추천한 후보 중 상·하원 합동회의(상원 250석, 하원 500석)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자가 당선된다.

한편 팔랑쁘라차랏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쁘라차티빳당(DP)과 품짜이당(BJT)은 정치적 이념보다는 실리 추구 성향이 강해 총선 후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정치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치적 상황들은 2019년 선거 때와 비교해 현 여권 보수세력의 응집력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세력은 야권의 주축인 프어타이당과 까우끌라이당(MFP)이다. 우선 프어타이당은 선거 때마다 전 총리 탁씬계 정당을 지지하는 동북부와 북부에서 여전히 막강한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새로운 선거제도 변화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도 알려졌다. 프어타이당은 탁씬의 막내딸인 패텅탄 친나왓(1986년생)을 차기 총리 후보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탁씬 계열 정당들의 전가의 보도인 ‘탁시노믹스’라고 불렸던 포퓰리즘 정책들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패텅탄은 대다수의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까우끌라이당은 사회민주주의 진보정당으로 군부와 왕실에 가장 적대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까우끌라이당 대표 피타 림짜른랏(1980년생)은 참신한 이미지로 각종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의식이 크게 성장한 MZ세대, 진보적 지식인들과 학생운동세력들의 지지를 큰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최근 주요 정당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까우끌라이당은 프어타이당에 이어 두 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선 후에는 프어타이당과 연정구성을 원하고 있는데 양당의 중복된 지지세가 갈등의 소지도 안고 있다. 까우끌라이당은 친군부 세력인 팔랑쁘라차랏당이나 루엄타이쌍찻당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비호감을 표출하고 있다.

5월14일 총선이 실시되면 7월 중순 새 의회가 개원하고 7월 말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각 정당이 추천한 후보가 총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과반 의석인 376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상원 지지 없이는 하원에서만 376석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 다당제 정치구도 하에서 1당 단독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2014년 쿠데타 이후 모처럼만에 친군부 보수세력의 분열 상황에서 치러지는 총선의 결과가 진정한 정권교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 야권 진보세력들이 상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하원에서 절대 다수석을 확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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