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매사를 의에 견주라

경기일보 2023. 3. 31. 03:01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무엇이 옳고 그른가? 선택할 때마다 고민하게 되는 문제다. 공자는 “군자는 천하의 일을 대하매 무조건 ‘이것이다’라고 하는 것도 없고, ‘이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도 없다. 오직 매사를 의에 견줄 따름이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정해진 답은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 지금 이 상황에 가장 적절한 답을 찾으라는 것이다.

한데 문제가 있다. 우리가 옳은지 그른지를 고민하는 대상은 선(善)과 악(惡)이 아니다. 윤리와 윤리가 상충하고 옳음과 옳음이 부딪치는 때다. 양쪽 모두 명분이 있고 정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도대체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

2018년 10월 네이처에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이야드 라완 교수 연구진의 ‘도덕적 기계(moral machine)’ 논문이 실렸다. 전 세계 233개 지역·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내가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행인이 도로에 뛰어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브레이크는 고장 나 있고, 핸들을 꺾는다면 가로등이 정면에 있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때 나의 목숨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행인을 구할 것인가? 또 승용차에 나 혼자 타고 있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타고 있을 때, 내 선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런 질문도 있다. 한쪽에서는 노인이 한쪽에서는 어린아이가 걸어오고 있는데 내가 누군가 한 명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때 누구를 치고 누구를 살릴 것인가?

이 밖에도 이 실험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했다.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 위험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판단하도록 알고리즘을 코딩할지 참고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문화권마다 선택이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문화권은 노인을 살린다는 비율이, 또 어떤 문화권은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불법 보행자에 대한 반응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었다. 이는 우리에게 ‘의로움’에 대한 판단이 상대적일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다.

문화권이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병자호란 중 남한산성에 있다고 하자. 국가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김상헌처럼 결사항전을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막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최명길처럼 화친을 주장할 것인가? 내가 코로나19 정책 담당자였다면 개인의 자유를 보다 신경썼을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의 질서를 중시했을 것인가? 이렇게 명분과 명분, 옳음과 옳음이 상충할 때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바에 따라 선택하고 그 선택을 증명하면 된다.

다만 무엇이 옳은 길인가, 내가 옳은 길로 가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를 공자는 ‘매사를 의에 견줄 따름이다’라 말하고 있다. 이것이 의냐 아니냐 정답을 확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다른 선택을 했을 땐 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숙고하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욱 의로운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따져보라는 것이다. 이는 선택한 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나아가되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설령 잘못된 길로 들어가도 금방 바로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